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사진). 양쪽 공무원들도 대거 참석했지요. 보통 MOU하면 기업들이 투자유치나 기술협력 등을 위해 맺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정부부처끼리 체결하면서 세레모니까지 한 건 확실히 드문 광경이었습니다.
MOU 내용에는 ▦고위급 간담회 정례 개최 ▦정책협의회 및 분야별 실무협의체 구성 ▦정보통신의 날 등 각종 행사 공동 주관 ▦인사교류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명분상으론 긴밀한 상호협력을 다지는 것이지만, 쉽게 말하면 ‘싸울 소지가 많으니 싸우지 말자’ ‘서로 밥그릇 싸움 하지 말자’는게 이번 MOU의 메시지라 하겠습니다.
두 부처가 MOU까지 맺을 수 밖에 없게 된 건, 잘못된 정부조직개편 때문입니다. 창조경제를 외치는 박근혜정부의 ‘아이콘’으로 미래부가 신설돼 IT업무의 상당부분이 이관되면서, 또 이를 둘러싼 여야간 정부조직법 협상이 ‘주고받기식’으로 매듭지어지면서, 두 부처의 경계는 아주 모호해졌습니다. 예컨대 주파수정책의 경우 방송용과 통신용이 양 부처로 나눠졌고, 인터넷 개인정보보호나 휴대폰 보조금 정책 등도 어정쩡하게 봉합이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곳곳에 서로 관할권을 주장할 분쟁요소가 산재하게 됐고, 결국 양 부처는 MOU까지 맺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MOU를 맺는다고, 밥그릇싸움이 없어지고 양보의 미덕이 살아날 까요. 행정부의 속성상, 관료들의 생리상, 다툼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벌써부터 지상파 아날로그방송 종료에 따른 700㎒ 주파수활용과 관련해 두 부처는 서로 자기소관임을 주장하고 있고, 휴대폰 보조금 규제와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를 무 베듯 잘라 소관부처를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드시 중복되는 부분은 생기고, 그러다 보면 관할다툼은 벌어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싸움이 벌어질 때, 그 피해는 공무원이 아니라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들에게로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주파수정책의 혼선이 빚어지면 주파수를 쓰는 통신사들만 애를 먹고, 보조금규제가 갈팡질팡하면 역시 통신사와 가입자들만 혼선을 겪는 것이지요.
신사협정을 맺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과연 신사적으로 일을 추진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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