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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버틸 힘 없어… 정부 회담제의에 실낱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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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버틸 힘 없어… 정부 회담제의에 실낱 희망"

입력
2013.04.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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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출입제한 23일째, 공단중단 17일째를 맞은 25일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은 하나같이 "더 이상 버틸 힘도, 돌파구를 모색할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A사 대표는 "23일을 기준으로 우리기업 근로자는 전원 남한으로 철수했다"며 "우리회사는 식물기업이 된 지 오래"라고 밝혔다. B사 관계자 역시 "사태가 이 이상 장기화되면 입주기업들의 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있는 주재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역시 "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해봤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기업대표단만이라도 공단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해봤고 주재원들을 대신해 대표들이 공단에 남겠다는 의사도 표명해봤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협회차원에서 입주기업들의 피해액을 산출하는 일이라 생각해 24일부터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시간이 갈수록 무기력해지기만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가 피해대책을 발표했지만 기준도 불명확하고 구체성도 없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기업이 부도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정부가 북측에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협회는 25일 공식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며 정부의 회담제의에 환영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실무회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역시 희박한 상태. 때문에 정부가 실무회담 제의와 함께 '불응 시 중대조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입주기업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협회 측은 정부의 조치가 윤곽을 드러낼 26일까지 신중히 기다리자는 입장인 반면, 각 기업들은 정부가 입주기업들과 사전협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옥성석 협회 부회장은 "중대조치에 대한 문제는 26일 상황을 본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며 "중대조치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데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중대조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우리정부의 회담제의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외교전략 아니겠느냐"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나 개별 입주기업들은 "중대조치는 완전철수를 뜻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이 대책 없는 발언을 했다"고 반발했다. 개성공단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입주기업들로선 '철수'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계설비업체 C사 대표는 "정부는 '입주기업들이야말로 개성공단의 주인'이라는 생각은 고사하고 동반자라는 인식조차 안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파트너 의식이라도 있다면 상의도 없이 중대조치 운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D사 관계자 역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완전철수까지 대비하고 있다"며 "철수를 하더라도 사태발생 한 달이 되는 다음달 2일 이후에 해야 남북경제협력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정부는 기업들의 사정도 모른 채 너무 쉽게 발언을 했다"고 답답해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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