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010년 학업중단학생은 7만6,589명에 달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1년 '교육정책분야별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하루 평균 209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중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건 단지 일선학교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존재한다. 자퇴생들이 교문 밖을 나서는 순간, 이들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불행히도 우리사회는 중도탈락 학생들을 연계할 프로그램도 수용할 시설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물론 학교를 떠나는 일부 학생들은 스스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대안학교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은 배움의 기회를 포기한 채 인터넷 중독이나 각종 범죄의 유혹에 빠져 든다. 지난해 경찰에 입건 된 전체 소년 범죄자 8만9,776명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2만1,143명이 초중고교 중퇴자이거나 상급학교를 진학하지 않은 18세 미만의 소년들로 밝혀졌다. 더욱 심각한 건 이들 중퇴생들의 범죄증가율이 지난 5년 사이 2배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학교가 재미없고, 교과내용이 어려워 따라가지 못하고, 이미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운영되는 경직된 학교생활이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 비하면 학교현장의 교육과정이 다양해 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 시켜주기에는 현격한 한계가 따른다.
미국에서도 초중고교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학생들의 중도 탈락문제다. 그래서 학교평가와 관련해 결석생과 중도탈락률이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성적은 그 다음의 일이다. 핵가족 맞벌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학교가 단순히 학생들에게 교과내용을 가르치는 기능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돌보는 보호기능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육청의 규제 없이 학부모, 교사, 지역단체 등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차터스쿨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학교는 1980년대 말 '학교 안의 학교'로 시작된 공립형자율학교들로 오늘날에는 전국적으로 1,200여개를 넘어섰다. 뿐만이 아니다. 2015년까지 미국은 전국적으로 공립학교의 15%까지 챠터스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자율형공·사립고'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고에 비해 등록금이 3배 정도가 비싸고 지원자격 또한 중상위권 학생들로 제한되고 있다. 일선학교 현장에 교육과정의 편성권과 운영의 자율성이 주어진다는 점은 미국의 차터스쿨과 같은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의 자퇴생 상당수가 교과성적 중하위권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하루 평균 209명, 연간 7만 명 이상의 중도 탈락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그 해결 방안의 하나로 일반 초중고에 대안교육을 접목시키는 '대안학급'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해마다 정규학교 대신에 대안학교 진학이나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산촌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니 그곳으로 자녀를 진학시키거나 전학시키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 고민하는 가정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도심지 학교들에 학력인정 대안학교들처럼 '국민공통필수과목'만을 의무화 시키고 나머지 교과목들은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학교상황과 학생들의 요구에 맞도록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 자퇴생들의 숫자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이 지향하고 있는 '창의ㆍ인성 교육'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라도 일선 학교 현장에 대안교육의 이념과 가치를 적극 도입할 때가 됐다.
오성삼 인천 송도고 교장 ㆍ전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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