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중국 쓰촨성 지진을 계기로 '지진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진 및 지진해일(쓰나미)과 관련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 지역에서 최근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면서 쓰나미 등의 발생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부산ㆍ울산 도심과 인접한 고리원전이 최근 해안방벽을 높이는 등 재해로부터 원전을 보호하려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고리원전에 따르면 최근 지진해일(쓰나미)로부터 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고리 1, 2호기 근처 반경 2㎞여 구간에 두께 15~50㎝, 높이 7.5~9m로 구축됐던 해안방벽을 두께 1.85m, 높이 10m, 총 길이 2.1㎞로 확충했다. 해안 방벽은 지난해 3월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해 공사비 166억원, 연인원 1만4,000명을 투입해 1년여 만에 완공됐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국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내진 설계 덕분에 규모 9.0의 강력한 지진은 견뎌냈지만, 10m가 넘는 지진해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에 따라 학계와 시민단체는 "쓰나미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고리원전은 해안 방벽 증축 외에도 비상 디젤발전기 등 주요 방재시설의 침수를 막기 위해 내년 12월까지 방수문을 설치하고, 올해 말까지 대규모 배수펌프 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비상 발전기가 침수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원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이동형 발전차량도 고리부지와 신고리부지에 배치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하는 시스템도 속속 갖춰지고 있다. 고리 1~4호기에는 이미 구축했고 신고리 1, 2호기에도 오는 6월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무전원 수소제거설비도 오는 8월 고리2호기 설치를 끝으로 모든 발전소에 갖춰진다.
지진으로 인한 직접 피해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쓰촨성 지진 발생 하루 뒤인 지난 21일 우리나라와 일본(6.7), 대만(4.8~5.0)에서도 지진이 잇따라 일어났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4.9로 실내에서 물건이 흔들리는 것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는 정도였다. 1978년 계기 지진 관측 이후 6번째로 크고 2004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 이번 흑산도 해역 지진의 진앙과 가장 가까운 원전은 175㎞ 떨어진 영광원전이다.
하지만 원자력 관련 학계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지진 대비책은 세계적 수준이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발전소 바로 밑에서 0.2g(리히터 6.5 이상의 지진에 해당)의 지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0.3g(리히터 7.0 이상의 지진에 해당)의 지진에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진성을 높였다. 특히 원자로건물과 원자로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보조건물을 같은 기초 위에 설치해 일체화함으로써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보다 안전하도록 설계했다. 리히터 규모 약 6.4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하는 설비를 고리1~4호기와 신고리 3호기에 설치했다. 신고리1, 2, 4호기는 올해 10월 중 설치할 예정이다.
고리원자력본부 이영일 본부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동형 비상발전기, 무전원 수소제거설비 등 원전 안전을 위한 2, 3중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