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코펠, 버너, 침낭…. 다 챙겼으니 이제 출발'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가족의 안전을 책임질 응급처치법을 빼놨다면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니다. 밴드, 거즈, 소독약 등을 채워 넣은 구급함 하나 마련한다면 '든든한' 아버지가 되겠다.
캠핑 업계에 따르면 올해 캠핑 인구는 1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캠핑이 대중화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아직 응급처치에 대한 준비는 뒷전인 캠퍼들이 대다수다. A(39)씨도 그런 경우다. "20일 경기도 포천의 한 캠핑장에서 일곱 살짜리 딸이 바비큐 그릴에 손 화상을 입었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화상 연고 하나 준비하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불이다. 고기를 굽기 위한 바비큐 그릴, 가스등, 캠프 파이어 때 쓰는 화로 등 온통 뜨거운 것 천지다. 아무리 주의해도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법. 화상을 입었다면 초기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흉터가 얼마나 넓고 깊게 남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일단은 식혀야 한다. 식수처럼 깨끗하고 차가운 물로 화상 부위를 적셔 15~20분 정도 안정시킨 뒤 소독 거즈로 덮고 즉시 병원으로 가는 게 좋다. 거즈가 없다면 깨끗한 수건도 괜찮다.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일부러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 상처를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표피가 제거돼 상처가 깊어질 수 있다.
캠핑을 가면 들뜬 마음에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팔, 다리에 부상을 입기 쉽다. 뼈, 관절 부위를 심하게 다쳐 부러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면 골절에 준해 응급처치를 하는 게 최선이다.
우선 손상 부위를 움직이지 말고, 원상태로 돌려놓으려고 시도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잘못 만졌다가는 뼈 주위 근육이나 혈관을 손상시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꼭 해야 할 것은 '고정'이다. 부목을 사용해 손상 부위를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데, 부목은 나무가 아니어도 고정시킬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이용할 수 있다. 팔을 다쳤다면 신문지를 여러 겹 말아서 고정시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발목 등 관절을 삐었을 때는 무리해서 걷지 않도록 한다. 덜 움직이는 게 회복을 위해서도 좋다.
날카로운 돌, 나뭇가지 등도 피부에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다. 만약 손목, 목 등을 지나는 동맥이 손상되면 과다출혈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상처가 깊지 않고 피의 색이 검붉으며 출혈 부위를 압박해 쉽게 멎으면 정맥 출혈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상처가 깊고 선홍색의 피가 벌컥벌컥 뿜어져 나오면 동맥 손상이므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면서 환자를 눕히고 깨끗한 수건으로 심장에 가까운 부분을 묶어 지혈한다. 상처 속에 유리나 나무 조각 등이 박혀 있다고 무리하게 빼내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이런 이물질이 없으면 깨끗한 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직접 눌러주는 게 피를 멎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뱀에 물렸을 때는 먼저 상처를 봐야 한다. 큰 이빨 자국 두 개가 선명하면 십중팔구 독사에게 물린 것이다. 이 때는 상처에서 5~10㎝ 위쪽을 허리띠, 수건 등으로 묶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원웅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린 부위를 칼로 절개해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것은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뱀의 모양, 색깔 등을 기억하거나 사진을 찍어가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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