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소설 쓰는 어떤 선배와 술을 마시면서 제법 심오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는 인도에서 오랫동안 여행을 했던, 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사람이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피노자라는 이름을 우리가 알기까지 거기에 개입된 의식적인 노력과 욕망들은 과연 아름다운 것인가 추한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이다. 지나치게 삐딱한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역사상 위대한 깨달음과 진리를 터득한 현자와 스승들의 이름을 우리가 아는 것은 어떤 집요하면서도 그악스러운 욕망이 작동한 결과가 아닐까. 예를 들어 붓다와 공자와 크리스트와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모두 섭렵해 그들보다도 훨씬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얻은 현자가 존재했었다고 치자. 하지만 그의 깨달음 안에는 세상에 이름을 내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아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깨달음을 안고 씨익 웃으며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움막을 짓고 살다가 아무도 몰래 죽었다. 그의 육신은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은 채 그대로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존재했고 누구보다도 높은 지혜를 가진 자였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모른다고 그가 깨달은 지혜와 진리까지 부정되거나 부인돼서는 안 될 테다. 그리하여 '이름'은 욕망의 객관적 상관물이라는 생각!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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