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방송의 sitcom ‘Friends’(1994-2004)는 10년 동안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미국의 TV프로그램 중에서 항상 Top 10에 들었고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에서도 방송이 되었으며 출연자들의 스타일이 세계 도처에 유행처럼 전파되었다. 이 단막극을 영어 학습 소재로 삼는 곳도 수백 수천 곳에 이르렀다. 극에 나오는 커피숍 Central Perk coffee house는 이제 32개 국가에서 체인점을 갖고 있다. 극에서 보인 젊은 층의 자유 분방한 태도와 언어 패턴은 새로운 유행어가 되었고 미국 영어의 전도사 역할도 했다.
캐나다의 언어학자 Roberts는 이 단막극을 모아서 조사하게 되었는데 Friends에서는 다섯 단어마다 very, really, so 같은 부사어가 등장했는데, 이것은 미국 영어만의 특징은 아니다. 영국 영어에서 very는 모든 강조어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really(30%), so(10%), absolutely와 pretty는 3% 정도로 쓰이고 있는데 미국의 Friends에서는 So(45%)가 절대 다수로 나왔고 그 다음으로 really(25%), very(15%), pretty(6%), totally(2%)순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so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문어체에서 쓰이는 ‘so ~ that’의 구문이 구어체에서 환생한 기분이 들 정도다. 일부 젊은 층은 ‘I am soooooo happy’처럼 so를 강조하기도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Thank you very much.’같은 점잖은 전통적 표현보다 젊은 층의 ‘Thank you so much.’가 더 많이 쓰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어, 구어에서 두루 잘 쓰이는 강조어는 very인데, 그것도 영국에서는 very가 더 많고 미국에서는 so가 더 많은 양상이다. 사실 very는 남성이 주로 사용했고 so는 여성이 선호하던 단어였다. very를 무척이나 애용한 작가 E. B. White는 ‘It was a day of very white clouds, very blue skies, and very dark green spruces.’라고 사용하였고 전통적 어법 지침서인 Chicago Manual에서도 ‘Very Long Titles’, ‘Very Wide Tables’, ‘Very Large Numbers’처럼 소개하고 있다. Very이든 so든 그 의미는 ‘무척’, ‘매우’의 뜻으로 똑같은데 그 용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말에서 ‘너무 좋아요.’, ‘너무 맛있어요.’ 등의 ‘너무’(so, too much)라는 말이 본래 ‘너무 많다’, ‘너무 크다’ 처럼 부정어에서 쓰이는 말인데, 젊은 층에서는 긍정의 뜻에도 ‘너무’를 남용, 오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인 ‘Thank you very much.’를 애써 사용하여도 ‘Thank you so much.’가 더 흔한 세상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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