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ㆍ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
줄기세포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몸 보신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받으려고 해외로 떠나는 행렬이 줄을 잇고, ‘줄기세포 화장품’이라면 날개 돋힌 듯 팔릴 정도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허가됐고, 수많은 질환의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실용화도 멀지 않았다.
정부는 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 길을 열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14개 국가존망기술의 하나로 선정했다.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 정책도 밝혔고, 조기 실용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도 나섰다.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안전성이나 유효성 확증에 반드시 필요한 임상시험을 면제하면서 시판 허가를 내주는 등 실용화를 촉진하자는 법안을 내놨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에서 아직 한 건도 승인이 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3건이나 허가해준 최초의 국가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생산과 제품화 촉진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치료기술은 아직 연구단계다. 뚜렷한 질병 치료효과를 보일 만큼 성숙되지 않아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해 안전성과 효과를 철저히 검증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누가 먼저 효과가 제대로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얼마나 유지하는가가 시장의 판도를 가를 수 있기에 세계는 원천 핵심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현재 우리의 연구 논문이나 기술경쟁력은 세계 7위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의 생명과학 기술력은 미국의 70%선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기초연구 투자에 인색하다. 비록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정부가 기초연구에 70% 가까이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6대 줄기세포 관련 바이오기업들은 연평균 4,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만, 우리의 바이오기업들의 투자비는 연평균 70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더 적게 연구하고 더 많이 허가해주는 방식으로 제품화된 치료제가 과연 시장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산업계 중심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되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 제품화되는 것 자체가 마치 기술의 완성인 것처럼 부풀려진다면 실망만 주게 될 것이다.
결국 줄기세포 제품의 시장 생존력이 문제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바이오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이유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제 우리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야 한다. 찰랑대는 얕은 물에서 나오는 작은 수확에 환호하면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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