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병에서 재보선에 당선된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정치'의 첫 싹을 틔우게 됐다.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직 사퇴로 중단된 안 의원의 정치 실험이 재개된 것이다.
이는 지난달 3일 자신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통해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지 54일 만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11월 23일 대선 후보 직을 전격 사퇴한 이후 5개월 만에 제도 정치권 입성에 성공한 의미도 있다.
안 의원은 단순히 지역구 의원이 아닌 야권 발(發) 정계 개편의 핵으로, 나아가 중도ㆍ보수층까지 아우르는 범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상품성을 재확인하게 됐다는 평이다. 또 조직이 일천한 무소속 후보였던 안 의원이 조직력을 앞세운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를 큰 표차로 꺾은 점에 대해서도 '안철수 바람'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유효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욱이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이후 당내 계파 싸움에 몰두하느라 혁신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안 의원에겐 유리한 환경이다. 안 의원은 ▦신당 창당 ▦혁신을 전제로 한 민주당 입당 ▦당분간 무소속 행보 등의 선택지를 놓고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지지층이 야권뿐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층, 무당파 계층까지 폭넓게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민주당 등 기존 야당들과 거리 두기를 하면서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독자 세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여의도 정치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면서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간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은 정치 개혁 방안이나 비전∙정책 등을 이른 시간 내에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정 경험을 포함한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안 의원은 "저를 지지해 준 노원 주민과 성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반드시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는 향후 새 정치에 걸맞은 정책과 비전들을 제시하면서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에 나설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신당 창당이나 의정 활동 등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우선 지역 인사부터 드리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의정 활동 준비 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그 때 말씀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안 의원은 내달 초까지는 지역 주민에게 당선 사례를 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달 4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본 뒤 5ㆍ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전후해 '야권의 텃밭'인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남 밀양ㆍ51세 ▦부산고ㆍ서울대 의대ㆍ서울대 의학 박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석사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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