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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굽·화려한 디테일… 女心 흔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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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굽·화려한 디테일… 女心 흔들었죠”

입력
2013.04.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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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우후죽순 생겼던 디자이너 브랜드 슈즈들이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2006년 런칭해 현재 압구정 매장과 백화점 등에 17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니킴은 살아 남은 몇 안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레드카펫 스타일을 표방하지만 편안한 착화감으로 국내 연예인들은 물론 패리스 힐튼, 린제이 로한, 미란다 커 같은 패셔니스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대 후반에 4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자신의 영문 이름을 딴 브랜드 지니킴 창업기를 담은 책 (중앙북스 발행)를 펴낸 김효진(34)씨를 만났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가장 많이 신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무진 포부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올해 가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본격적인 채비를 한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인데 아예 미국으로 이사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일으킬 작정이라고 했다. "미국은 디자이너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제품만 괜찮다면 처음 보는 브랜드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줍니다. 어느 정도 지명도를 얻은 후에야 백화점 등에 입점이 가능한 우리 사정과는 다르죠.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지니킴에다 2011년 런칭한 새 브랜드 페르쉐까지 연간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잘 나가는 CEO지만, 성균관대 의상학과에 다니던 시절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 꿈을 접었다. 대신 패션잡지 어시스트, 홍보대행사와 원단회사의 말단직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지금의 지니킴을 탄생시킨 밑바탕을 착실히 쌓았다. 그는 막막하던 때를 떠올리며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면접에서는 네가 너무 평범해서 왜 뽑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답을 듣기도 했고, 반대로 너무 튀어서 채용하지 않겠다고도 하더군요. 꿈과 패기만 있다면 요즘엔 창업할 길도 많잖아요. 망하면 또 노하우를 살려서 다른 일을 도모하면 되니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수 십 통의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에 떨어지며 좌절하던 끝에 MD(머천다이저ㆍ상품 기획 및 구매 담당자)가 되겠다며 미국 유학을 떠난 김씨가 다시 디자이너의 꿈을 꾸게 된 건 룸메이트 덕분이었다. 룸메이트가 공부하는 구두를 보고 의욕을 불태우다 직접 만들기 위해 재료상을 뒤졌는데, 마침 발견한 마음에 드는 라스트(발 모양의 기본틀)가 한국산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 길로 동대문 시장에 신발을 납품하는 성수동 공장 디자이너로 취직했다.

"통장잔고는 0원이었어요. 엄마 친구 딸은 연봉이 3,000만원이 넘는다는데 저는 월급 80만원을 받고 공장에 다녔죠."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괴롭힌 건 자신이 월급 값도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디자이너 제품이 아홉 켤레가 나간다면 제 구두는 한 켤레 나갈까 말까 했어요. 사장님을 볼 면목이 없어서 더는 회사를 못 다니겠다고 했죠.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점 디스플레이용으로는 꽤 인기가 있더라고요.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 싶어서 부모님께 4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차렸어요. 사업자 등록에 200만원, 샘플 만드는 데 200만원이 들어갔어요."

온라인 구매 대행 쇼핑몰 위즈위드를 통해 선보인 김씨의 구두는 첫 달 매출 5,000만원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올렸다. 당시만해도 5,6cm 정도의 굽이 대세일 때 지니킴은 8,9cm의 높은 구두를 만들었다. 높은 건 10cm를 훌쩍 넘었지만 리본이나 큐빅 등으로 디테일이 화려해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짝이는 가죽과 다양한 컬러의 스웨이드나 컬러풀한 실크 등 다양한 소재와 퍼플, 레드, 황금빛 옐로 등 강렬한 색상으로 로맨틱하고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을 강조한 게 주효했다. 입소문을 타고 사업이 번창해 곧 압구정 1호점을 차리게 됐지만, 김씨는 만족하지 않고 바로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했다.

"무작정 미국 유명 매장들을 찾아가서 구두를 보여줬는데 패션잡지 기자들이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찾는 단골 매장에서 제 구두를 몇 켤레 사줬죠. 어느날 패리스 힐튼이 제 구두를 신은 걸 잡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구두를 많이 살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꼭 갖추면 좋을 구두 세 가지만 추천해달라고 하자 김씨는 플랫, 블랙 펌프스, 골드 스트랩을 들었다. "좋은 가죽으로 만든 심플한 플랫을 신고 있는 사람은 좋은 취향을 가진 인물처럼 굉장히 멋져 보여요. 라인이 아름다운 고급스러운 느낌의 블랙 펌프스도 데이트나 중요한 미팅에 긴요하게 쓸 수 있고요. 남자들이 가장 섹시하게 생각하는 구두이기도 하죠. 골드 스트랩도 청바지나 어떤 드레스에도 어울리는 만능 신발이예요."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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