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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복서 이시영, 마침내 태극마크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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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복서 이시영, 마침내 태극마크 달았다

입력
2013.04.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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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복싱의 간판 신종훈(24ㆍ인천시청)은 “배우 이시영(31ㆍ인천시청)의 근성은 나를 뛰어 넘는다”고 했다. 남자 49㎏급 세계랭킹 1위가 인정한 악바리 근성이었다. 결국 이시영이 일을 냈다. 여배우 복서로는 최초로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이시영은 24일 충북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여자 라이트플라이급(48㎏급) 결승에서 김다솜(19ㆍ수원태풍체)을 22대 20 판정으로 꺾었다. 2라운드까지 상대의 저돌적인 파이팅에 7대 9로 뒤졌지만 3라운드부터 힘 있는 왼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 동안 운동선수 출신이 연예계에 진출한 적은 많았다. 강호동(씨름), 강병규(야구), 신민아(육상) 등은 연예인으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배우가 과격한 이미지의 복서가 된 건 처음이다. 여기에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사실 대회 직전 이시영의 우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극히 드물었다. 오른 무릎 통증 탓에 제대로 된 훈련량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월 인천시청에 입단한 뒤 정식 훈련을 시작한 건 3월20일이었다. 나머지 기간에는 병원을 다니기에 바빴다. 게다가 사흘 동안 물 조차 마시지 못했다. 1.5㎏ 감량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외로운 사각 링에서 근성을 발휘했다. 한 달간의 훈련량으로는 4라운드를 다 뛰기도 힘들었지만 적절한 체력 안배와 맞춤형 전략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1~2라운드는 방어 위주의 전략, 3~4라운드에는 장기인 긴 리치를 활용한 왼손 스트레이트를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은 “이시영이 무릎 수술을 받은 탓에 한달 밖에 운동하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훈련해 실력이 많이 늘었다”면서 “예전보다 20% 정도 실력이 좋아졌다. 그래도 제 실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시영은 경기 후 “실력이 부족한데 국가대표가 돼 영광”이라며 “3일간 물도 못 먹고 감량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연예 활동도 최대한 병행하겠지만, 쉽지 않다. 앞으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시영은 10월 열리는 전국체전에서는 체급을 한 단계 올려 플라이급(51㎏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인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라이트 플라이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시영은 “51㎏급에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많지만 나도 그만큼 체중을 올리는 것이어서 열심히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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