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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왕(歌王)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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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왕(歌王)의 귀환

입력
2013.04.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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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극작가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에서 신화 속의 영웅(왕)들은 여행 끝에 부활하고, 영약을 갖고 귀환한다고 했다. 그 영약이란 이를테면'씨앗' 같은 백성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날을 위해 영웅은 고독과 시련을 이겨내야 하며, 씨앗은 그 보상(선물)인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과거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곳에 머무른다면 전설로 남을 수는 있어도 영웅으로의'부활'은 불가능할 것이다. 가왕(歌王)도 그렇다.

▲ 조용필도 한동안'추억'을 먹고 살았다. 2003년에 이란 노래로 이념의 투쟁이 횡행하는 세상을 향해 "우리를 아프게 하는 그들은 누구인가"라며 안타깝게 묻기도 했지만 그의 노래는 1980년대에 머물렀다. 변하지 않은 목소리, 독특한 무대로 적어도 추억의 빛깔까지 누렇게 보이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추억이 현재가 되지는 않는다. 노래도 어쩔 수 없이 늙는다는 사실을 안 늙은 가객은 새 씨앗(노래)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났다.

▲ 10년 만에 발표한 그의 새 음반은 '가왕의 귀환'을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에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 그에게는 소년의 가슴 두근두근하는 사랑의 설렘과 순정이 스며있다. 는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와 감성을 절제되고 아름다운 사운드와 밝고 경쾌한 조용필만의 음색에 실었다. 놀란 것은 대중들만이 아니다. 시대를 탓하며 옛 추억에만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갈 엄두조차 못 내는 후배들에게도 충격과 희망을 준 모양이다.

▲ 조용필의 노래는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고 그 본성은 '순정'이라고, 홍호표는 에서 말했다. 도 그런 노래이다. 조용필은 "지금까지의 내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노래의 본질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가수는 그 시대의 삶과 정서를 노래에 담아 여민락(與民樂)할 줄 알아야 한다. 평생 노래 밖에 모르는 가왕(歌王)은 새 틀로 그렇게 했다. 세대와 시간까지 아우르면서.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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