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은 연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어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북한은 남한 체류 외국인의 철수를 요구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잠정 폐쇄 조치를 취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긴장국면은 이달 11일 통일부 장관이 대화를 제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확인하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 다음날 케리 미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하였다. 그는 한미외교장관회담이후 기자회견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대화에는 진정성이 있어야한다" 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케리 장관의 방한을 통해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북한 양측은 물론이고 한반도 주변국가들에게도 분명히 전달했다.
북한은 남한의 대화제의에 대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대화제의를 거부했다. 하지만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쪽 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고 공을 남쪽으로 넘겼다. 한편 케리 장관의 대화용의 표명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대화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핵무기로 위협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북한은 18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비핵화에 반대하지 않으며 미국과 남한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안보리 제재결의 철회를 비롯한 모든 도발행위 중지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비핵화는 핵전쟁수단의 철수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조건부 비핵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대화제의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대화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
중국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가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회담재개에 합의하였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6자회담의 재개를 미룰 수 없게 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틀로서 6자회담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국 모두가 합의한 '9ㆍ19 공동성명'은 매우 소중한 성과이다. 기존의 합의를 최대한 살려나가야 한다. 그래서 우선 6자회담이 중단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2005년 6자회담에서 '9ㆍ19공동성명'에 합의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6자회담이 중단된지도 4년이 지났다. 정세도 그때와는 판이해졌다. 특히 작년은 6자회담 참가국 모두에서 리더십의 교체가 있었다. 이에 따라 관련국 모두 대외정책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이다. 북한이 취한 일련의 도발행위는 북한에 대한 주변국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외정책에서 북한문제의 우선순위를 높이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기를 택했다고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대화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중간에도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작하기로 합의 했다. 북핵문제 해결과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양자든 다자든 회담의 형식에는 구애받지 말아야한다. 우선 4자회담으로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현재의 정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해야 한다. 마침 올해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9ㆍ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중 4자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고 여기서 북핵문제와 관계개선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루고 회담을 지속하면서 세부과제들을 해결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이러한 맥락에서 내용을 구체화해야할 것이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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