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잇단 극우망언이 일본 내부에서조차 거센 비판을 부르고 있다. 집권 자민당 등 우익세력의 도발이 거세지면서 일본 내 양심적인 지식인과 언론 등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는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45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바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교과서 이슈 등이 경제 등 다른 분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후쿠다 전 총리의 발언은 계속된 극우 행보와 역사부정 발언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아베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7~2008년 총리를 역임한 그는 재임 중 한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과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역사문제는 때로 논의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양국간에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성숙한 양국관계를 만들지 못할 것"고 강조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현재의 양국 간 외교단절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상회담 개최라고 역설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응어리가 민족주의나 국민 간 대립으로 가면 심각한 문제"라며 "양국간 오해를 없애고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무엇보다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치가와 외교당국자가 꾸준한 논의를 통해 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야스쿠니 문제, 정치인은 대국관을 가져라'라는 제목의 24일자 사설에서 "일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 나라 위정자 전체의 국제감각이 의심스럽다"며 "이웃나라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이 유행처럼 정치에 퍼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내달 외유를 시작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에 이어 일본이 아닌 중국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역대 정권에서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북아 다자외교에서 일본의 고립을 초래할 수 있는 사태를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치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讀賣)신문조차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의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중일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는데, 먼저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베 외교의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다만 "(총리가 아닌)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렇게까지 문제삼은 적은 없었다"고 해 윤병세 외교장관의 방일 취소에 유감을 표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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