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컬러 만화를 그립니다. 같은 음식을 그려도 훨씬 먹음직스러운 걸 본 뒤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영만 화백)
“게임은 과거 아케이드에서 가정용게임기, 온라인을 거쳐 이제는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급속한 변화 속 과연 어떤 게임을 만들까라는 고민이 크죠.”(넥슨 서민 대표)
한국 만화의 대가 허영만 화백과, 국내 게임업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서민 넥스 대표가 만났다.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3’의 기조연설자와 초대손님으로 만난 두 사람은 ‘What Comes Next(콘텐츠산업의 미래)’란 주제로 대담을 했다.
업종과 경력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콘텐츠’의 대가란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날 대담은 게임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조언를 얻기 위해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게임사 수장이 40년 경력의 만화의 달인에게 조언을 구한 것. 지난 2007년 시작된 넥슨개발자 회의는 원래 내부 개발자들이 모여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였으나, 2011년부터 외부에도 문을 열고 있다.
허 화백은 자신의 창작활동을 ‘전쟁’에 비유하며 서 대표의 고민에 대한 답을 내놨다. 그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총알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많은 여행과 독서를 통해 소재를 비축하고 있다”며 “를 쓰기 전 전국 최고의 노름꾼을 만나기 위해 지리산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만화를 펜으로 그리든 컴퓨터로 그리든, 전달방법은 달라져도 콘텐츠를 준비하는 자세와 질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 허 화백은 최근 신작 를 모바일 서비스 ‘카카오스토리’에 연재하며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스토리의 중요성에도 공감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그래픽이나 조작감 등을 구현하는 기술력은 좋지만, 이야기 전개가 약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 허 화백이 “만화를 그릴 때, 주인공이 밥상에서 숫가락을 먼저 들지, 젓가락을 집을지 반나절 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전체 이야기의 통일성이나 자연스런 전개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서 대표도 “게임 속 정형화된 이야기 패턴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들도 며칠 밤낮을 고민한다”며 호응했다.
이날 두 사람은 주제인 ‘What Comes Next’에 대한 해답을 구체적으로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형태가 무엇이든, 콘텐츠에는 ‘재미’가 필수요소란 점에선 한 목소리를 냈다.
서 대표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바뀌어도 결국 ‘재미’가 있다면 살아남을것”이라며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만큼 감동을 갖추는 것, 그게 바로 미래를 위한 대비”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