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의 한 마을에 묘 전체를 회색 시멘트로 덮어버린 콘크리트묘가 등장해 주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24일 전남 고흥군에 따르면 고흥군 과역면 한 마을에 사는 남모(70)씨는 지난 13일 가족묘지 입구부터 묘지 주변은 물론 묘지안의 봉분 9기까지 모두 콘크리트로 덮어버리는 공사작업을 벌였다. 이들 묘는 남씨의 3ㆍ4ㆍ5대조와 당숙 등의 무덤으로 조성된 지 100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전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가족묘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면서 봉분을 계속 훼손해 묘지관리가 어려워지자 남씨는 고육지책으로 묘의 잔디를 걷어 내고 콘크리트 공사를 벌인 것이다.
남씨는“지난해 12월 멧돼지가 봉분 4개를 파헤쳐 복구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매년 보수작업을 하는 것이 어려워 가족회의 끝에 시멘트묘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에 대해 탐탁하지 않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주민은 “"아무리 묘지 관리가 힘들어도 콘크리트로 발라놓은 것은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묘를 관리할 자손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농촌엔 벌초할 사람도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고흥=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