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을 열어 젖힌'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이미 오래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메이드 인 잉글랜드(Made in England) 제품으로 그나마 '인정'을 받는 곳은 군수ㆍ화학제품과 일부 사치품 정도다.
하지만 스포츠에선 영국은 여전히 대영제국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세계 최강의 축구 클럽들이 프리미어리그에 건재하다. 또 1860년 제1회 대회를 개최한 브리티시 오픈 골프의 본향이다. 영국인들은 아예 브리티시라는 '군더더기'이름도 붙이지 않고 그냥 '디오픈'(The Open)이라고 부르며 자존감을 뽐내고 있다. 테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름만으로도 '극강' 브랜드 윔블던이 있기 때문이다. 1877년 시작돼 13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은 지난해까지 4대 메이저 대회 중 상금이 가장 적었다. 대회를 주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측은 윔블던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선수들 역시 주최측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가장 많은 상금을 주는 US오픈과 호주오픈 챔피언조차도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안는 것이 꿈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2013 윔블던 챔피언은 명예와 상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
올잉글랜드클럽이 24일 올해 윔블던 총상금을 지난해 보다 40% 늘린 2,260만파운드(385억원)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대비 650만파운드(11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중 남녀 단식우승자의 몫은 각각 160만파운드(27억3,000만원). 그러나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해도 2만3,500파운드(4,000만원)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경쟁적으로 상금을 늘린 3대 메이저대회와 비교해도 최고액이다. 지난 1월 끝난 호주오픈 총상금이 3,000만호주달러(344억원)였고, 프랑스오픈은 2,200만유로(320억원), US오픈은 3,360만달러(375억원)였다. 윔블던이 가장 뒤늦게 인상행렬에 동참했지만 규모는 가장 파격적이었다.
온 지구촌이 경제 위기로 긴축재정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짠돌이'로 알려진 대회 조직위가 파격적으로 상금을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립 브룩 올잉글랜드클럽 회장은 BBC 방송 등 영국언론들에 "예선과 본선 1회전을 통과하지 못한 랭킹 200위권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결코 선수들의 인상 압력을 받고 취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윔블던을 비롯한 메이저대회 단식출전 선수 88%가 3회전을 통과하지 못하고 짐을 싼다. 브룩 회장은 "이들이 올해 윔블던에서 인상된 60%의 상금을 가져갈 것이다. 톱 랭커에 오르기 위해선 멀고 먼 여정을 해야 하는데 그 길은 너무도 비싼 비용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전 영국 랭킹1위 그렉 루세드스키도 "노박 조코비치 등'빅4'에 속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한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 뒤 "60~100위권 선수들은 대회 출전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브룩 회장은 또 2009년 센터코트 지붕을 입힌 데 이어 "2019년까지 1번 코트도 지붕 공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윔블던은 전세계에서 테니스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꾸밀 것이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메인 스타디움을 지은 미국의 포플러스사가 설계를 맡았다.
한편 지난 1월말 현재 남자 프로테니스 최다 상금 수상자는 로저 페더러로 7,654만달러(857억원)를 벌어들였다. 라파엘 나달이 5,006만달러(560억원)로 뒤를 이었다. 10년 전에 은퇴한 피트 샘프러스가 4,328만달러(484억원)으로 4위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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