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안에 동물의 몸 속에서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 사람에게 이식하는 놀라운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그 때에는 인간 장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전기 부품을 교체하듯이 간단히 바꿔 끼울 수 있게 되겠죠."
지난 3일 일본 도쿄 마나토쿠 도쿄대 의과학연구소에서 만난 나카우치 히로미쓰(中內啓光ㆍ60) 도쿄대 의대 교수는 줄기세포가 인류의 미래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장밋빛 그림을 제시했다.
유도만능줄기(iPS)세포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카우치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인 '재생의료'가 차세대 의료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지난 2월에 iPS세포를 이용해 돼지 몸 안에서 다른 돼지의 췌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돼지 몸 안에서 사람의 췌장을 만들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일본 정부는 인간과 돼지의 세포를 혼합하는 실험을 금지하고 있어 그의 야심 찬 계획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그렇지만 나카우치 교수는 포기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iPS세포를 이용해 돼지 등에서 콩팥을 만들어 사람에게 이식하면 만성 콩팥병으로 혈액 투석 중인 30만명의 환자를 구할 수 있다"며 "2년 전부터 동물-사람 장기 이식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든 동물의 체내에서 배양한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도록 허용한다면 그 곳으로 가서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나카우치 교수는 iPS세포 실용화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헌혈로만 충당하던 혈소판을 대량 공급하기 위해 iPS세포를 이용한 인공 혈소판을 만드는 임상시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해 특허까지 취득한 상태다.
그는 iPS세포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지만 성체줄기(AS)세포 연구도 절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몸 속에 이미 존재하는 AS세포를 배양한 뒤 다시 몸 속에 주입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배아줄기(ES)세포나 iPS세포는 가공과 분화를 거쳐야 하므로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일부 개인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AS세포 치료에는 우려를 표했다. "현재로써는 AS세포 치료법이 가장 안전하지만 아직은 임상시험 결과가 제대로 발표되지 않아 안전성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다"며 지나친 기대나 맹신을 경계했다.
도쿄=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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