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이 2016년까지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연장된다. 대신 한국과 미국은 올해 6월부터 3개월마다 재협상을 갖고 협정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워싱턴에서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6차 본협상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원자력협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부의 협상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기존 원자력협정의 골격은 일단 그대로 유지된다"며 "다만 협정을 2년 연장하고 3개월마다 다시 협상하기로 했기 때문에 협정을 개정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정 개정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 양국이 미봉책으로 협정 연장과 재협상에 합의했지만 양 측의 입장 차가 현격해 추가 논의를 거쳐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권한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관철시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3년 체결된 기존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재처리할 경우 미국 측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고, 농축 권한에 대한 규정은 아예 없다. 현재의 추세라면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국내 원전의 임시 폐기물 저장소가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다만 원자력협정이 만료되면 한국의 원전 수출이 차질을 빚기 때문에 미국 측은 협정 개정과는 별도로 원전 수출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로 민감한 미국이 한국 측의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한국은 실리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협상 명분에서도 미국에 밀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달 7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박 대통령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번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고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올 상반기 안에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려던 당초 계획이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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