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사실상 엔저를 용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 선이 언제 깨질지에 쏠리는 모습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100엔을 돌파한 뒤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반짝 상승으로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엔ㆍ달러 환율은 23일(오후 5시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6% 하락한 98.6엔을 기록했다. G20 공동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열린 22일 장중 한때 99.98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시장에선 G20 회의를 거치며 더 이상 엔저에 제동을 걸 요인이 사라진 만큼 100엔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엔화가 달러당 100엔에 대한 심리적 저항 탓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엔저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은행의 유동성 확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월 850억달러 규모 채권매입보다 강력한 정책이어서 내년 말까지 엔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엔ㆍ달러 환율은 올해 105엔 선에서 내년엔 120엔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세계 14개 주요 투자은행(IB)들도 6개월, 12개월 뒤의 엔ㆍ달러 환율을 각각 평균 100.58엔, 103.25엔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엔ㆍ달러 환율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더 이상 엔저를 지지할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근접하면서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현재 엔저에는 추가 양적완화 효과가 이미 반영된 부분이 있는데다 미국 달러화 약세라는 변동요인도 있어 엔화 약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100엔이 코앞이라 넘어설 수는 있겠지만 오랜 기간 유지할 만한 동인도 약하다"며 "일본은행이 발표한 국채매입 규모가 연간 한도인 50조엔을 상반기에 모두 채우게 되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경제구조상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 효과보다는 수입물가 상승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엔저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 비중은 15%에 불과하다"며 "내수 비중이 훨씬 큰 일본 경제의 특징상 엔저가 지속되면 물가상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현재 수준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정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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