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 친노ㆍ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5ㆍ4 전당대회를 통해 혁신하고 단합해서 새출발 하자고 강조하면서도, 속으로는 불신과 배제의 정치 심화하는 양상이다.
주류와 비주류 양측은 23일 공개된 '대선 비용 검증 보고서'를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고교 선배와 일부 친노 인사가 온ㆍ오프라인 광고 대행업체 선정을 좌지우지함으로써 선거 비용 지출에 문제가 많았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이에 친노ㆍ주류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선 선대위에서 총무 분야 실무를 맡았던 한 핵심당직자는 "보고서의 사실 관계 자체가 대부분 틀리고 왜곡돼 있다"며 "도대체 누구한테서 무슨 얘기를 듣고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증단장인 문병호 의원이 비주류 측 핵심이란 점을 들어 "5ㆍ4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비주류 측 한 의원은 "정확한 사실 관계는 파악해 봐야겠지만 대선 과정에서 일부 친노 인사들이 선대위 공식라인을 배제한 채 쥐락펴락한 건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선 패배 이후 노골화한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으로 인해 전당대회의 진행 상황 자체는 이미 혁신이나 단합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초반부터 대선평가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두고 대선 패배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면서 당 혁신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김한길 대 반(反)김한길'로 대변되는 비주류와 친노ㆍ주류간 대치 전선만 가팔라지고 있다.
비주류 측에서는 강기정ㆍ이용섭 후보간 단일화 논의를 명분 없는 담합으로 몰아세우고 있고, 친노ㆍ주류는 김한길 후보에 대해 과거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강령ㆍ정책 개정 논의를 두고는 열린우리당 시절 내내 당을 분열과 혼란으로 몰고 갔던 '난닝구(실용) 대 빽바지(개혁)' 논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주류는 중도주의를 강화하자며 '우클릭'에 나선 반면 친노ㆍ주류는 진보 정체성 유지를 내세워 제동을 거는 양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양측 대립은 상대방을 탓하는 식의 계파 갈등 양상만 뚜렷하다"며 "이에 따라 상호 신뢰에 기반한 노선 경쟁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런 모습은 간 곳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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