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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는 권력 가진 강자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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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는 권력 가진 강자의 폭력"

입력
2013.04.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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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여배우는 힘이 없었다. 소속사 대표가 술자리에 나오라고 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나가 술시중을 들어야 했다. 술자리는 성접대까지 이어졌다. 여배우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23일 열린 '권력형 비리와 성접대 문제 공개 토론회'에 앞서 상영된 영화 '노리개'의 내용이다. 200여명이 모인 관객석에서는 영화 중간중간 눈물과 탄식이 나왔다. 영화는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여성 연기자의 45.3%는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고 60.3%는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층 인사의 성접대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자료를 인용하며 "이 영화 속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고 장자연 사건, 스폰서 검사 사건, 최근 고위층의 별장 성접대 의혹까지 끊임없이 성접대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접대 문제는 권력형 비리와 맞닿아 있어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성접대는 권력을 가진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가학 행위"라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특별하게 예외적인 존재라고 보고 방관하지 말고 시민사회가 권력 견제와 감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박진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현실에서는 영화 속 여배우처럼 '성접대가 싫다'는 내색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성접대에 사회적으로 무감각하다"며 "성 산업을 비호하는 사회구조는 계속해서 이런 권력형 비리와 성접대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패널들은 성매매처럼 성접대 역시 처벌 가능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 성접대에 대한 개념과 처벌 규정을 마련해 성접대를 받는 것을 관행이 아닌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전문직 같은 경우에는 이런 권력형 비리를 저지를 경우 협회에서 추방하는 등 자율규제를 강화해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접대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일침도 제기됐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고 장자연 사건과 최근 고위층 별장 성접대 의혹에서도 소속사와 별장 내부 모습, 동영상 내용 등을 부각시키며 사건의 본질보다는 '성'에 방점을 찍어 자극적인 보도를 했다"며 "대가성 입증 여부,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를 압박하는 보도를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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