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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원 공개로 명예훼손 고의성 벗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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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원 공개로 명예훼손 고의성 벗으려

입력
2013.04.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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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관련 정보를 자신에게 흘린 인물이 임경묵(68) 당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라고 밝혔지만, 임씨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어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당초 조 전 청장은 1심 재판에서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 여 행정관 두 사람 명의의 차명계좌에 완전히 세탁된 10만원권 헌 수표가 다량으로 10억원 이상 입금된 게 발견됐고,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그 차명계좌 때문에 엄청 고민하다가 뛰어내렸다'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므로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 같은 변론 전략은 1심 재판부가 "행정관들이 권 여사의 개인적 심부름 부탁을 받아 소액의 현금거래를 한 계좌일 뿐 거액의 차명계좌와는 거리가 멀다"고 배척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그러자 조 전 청장은 지난 2월 법정구속 이후 보석 심문 때부터 "허위사실이라 할지라도 신뢰할 만한 정보원에게 들은 사실을 말한 것이라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날 정보원의 정체를 밝힌 것도 이런 변론 전략의 일환이다.

문제는 임씨가 "조 전 청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이다. 조 전 청장은 항소이유서에서 "임씨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자주 독대하는 사이였으며 전ㆍ현직 법무부 장관들과도 친분이 있다"며 임씨가 대검 중수부의 수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임씨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조 전 청장이 임씨를 소개해준 인물이라고 밝혔던 당시 대검 중수부의 최고위층 인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던 이인규 변호사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현오씨와 만난 적도, 전화를 해본 적도 없다"며 "만약 내가 조씨에게 (차명계좌) 수사 내용을 말했다면 (조 전 청장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달리) 제대로 말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던 홍만표 변호사도 "나는 임경묵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조현오씨가 차명계좌 발언을 했을 때 차명계좌는 없다고 확실히 이야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국가안전기획부 102실장 출신인 임씨는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이회창 후보의 대선자금 모금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2003년 보수 성향의 극동포럼을 만들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친분을 쌓아 국가정보원 외곽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임씨가 전 정권 핵심 실세였던 것은 맞지만, 법정에 나와 자신이 조 전 청장에게 차명계좌 관련 발언을 했다고 증언하지 않는 한 정보원 공개만으로는 조 전 청장의 유ㆍ무죄 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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