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 한 곡이 타이틀 곡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작업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뛰고 있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가왕' 조용필(63)의 겸손 뒤에는 지난 10년의 고충이 숨어 있었다. 2003년 아내 고 안현진씨를 떠나 보낸 뒤 눈물의 앨범인 18집 '오버 더 레인보'를 내놓고 나서 그는 좀처럼 다음 앨범을 내지 못 했다. 19집 '헬로'를 발표한 23일 그는 이날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뮤즈라이브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19집 앨범을 낸다고 몇 번을 얘기하다 실패하고 또 실패했는데 이번 기회에 용서가 될 듯 합니다."
그는 "10년 전 개인적으로 슬픈 일을 겪은 뒤 사실 앨범을 낼 생각을 못 했다. 3년쯤 지나 앨범을 내려고 연구도 많이 하고 곡도 만들었는데 양에 차지 않아 한 해 한 해 미루다가 결국 재작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집 '헬로'는 상큼한 느낌의 모던 록 '바운스', 힙합 요소를 가미한 팝 록 '헬로', 일렉트로닉 댄스 '그리운 것은' 등 젊은 감각으로 충만하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의 말대로 "20여년 만에 가요 차트 1위"에 올랐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작곡한 '어느 날 귀로에서'를 제외한 9곡은 외부 작곡가의 도움을 받았다.
'헬로' '바운스' 등 9곡 중 6곡이 외국 작곡가의 노래다. 앨범을 프로듀스한 박용찬씨는 "국내 작곡가에게 부탁했더니 몹시 힘들어 하며 심각하고 힘이 많이 들어간 곡을 내놓아서 외국 곡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엔 풋사랑의 고백을 담은 곡들이 많다. '바운스'가 대표적인데 조용필의 현재 심경을 담은 곡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나이도 있고 누가 오겠냐"며 "평생 음악 하는 게 팔자이고 운명이려니 하면서 산다"고 웃어넘겼다.
조용필은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꼼꼼한 완벽주의를 담아냈다. 그는 "음악의 깊이보다 편안한 걸 찾았다"며 "때론 절제하고 속으로 움츠리는 작업을 많이 했다. 예순셋 먹은 목소리가 나지 않도록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19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는 2,000여명의 팬들이 몰렸다. '오빠' '사랑해요' 등 여기저기서 중년 여성 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패션모델 제임스 리 맥큐언이 출연한 '헬로' 뮤직비디오 상영을 시작으로 국카스텐, 박정현, 자우림 등이 대선배의 히트곡을 부르며 존경을 표했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가왕은 '바운스' '헬로' 등 세 곡을 부르고 팬들과 후배 가수들의 박수 속에서 무대를 떠났다. 그는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 공연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 20여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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