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 12층 강의실에 모인 대학생 등 10여명은 강의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받아 적고 있었다. 이날 강의 주제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에스펜(S Pen) 응용과정.’ 토요일 하루 종일(오전9시~오후6시) 진행된 강의는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계속됐다.
이 곳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삼성전자가 운영하고 있는 개발자 지원센터 ‘오션’(OCEAN)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다양한 스마트기기에 활용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려는 대학생, 일반인, 벤처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강의실 외에 세미나실(40석), 개인좌석(39석), 팀좌석(48석) 등이 갖춰져 있는데, 사업 기획서 등 심사를 거쳐 입주가 확정되면 보통 3개월까지 교육 및 기술지원과 함께 이 모든 시설과 장비, 공간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앱이 최종 개발되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장터인 ‘삼성앱스’에 등록되고 홍보까지 지원받는다. 그야말로 돈 걱정, 장소 걱정, 장비 걱정, 마케팅 걱정하지 않고 앱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서비스운영팀 김민수 과장은 “창업하려는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오션을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입 소문이 나면서 강의를 듣고 싶거나, 입주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오션은 지난달 공간을 더욱 넓혀 새롭게 단장했다. 창업 비즈니스 컨설팅을 비롯해 온ㆍ오프라인 커뮤니티나 소규모 스터디그룹에게 세미나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OOPS’(OCEAN Open Seminar)’ 등 프로그램도 더욱 알차게 채워졌다.
이렇게 지난 2년 반 동안 오션을 거쳐간 인원만 3만여 명. 이 가운데 100여개 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오션 지원담당 오태경 사원은 “한번은 전남 나주의 중학생이 배우고 싶다며 올라왔는데 교육을 받은 지 3일 만에 앱을 만들어 냈다”며 “나중에 그 어머니가 아들의 꿈을 지원해줘서 고맙다며 나주 배 한 상자를 보내 주신 적도 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물론 모든 도전자들이 다 개발에 성공하고, 창업까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IT세계의 속성상 성공보단 실패가 많고, 그 많은 앱 중에 성공하는 앱 역시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앱 개발회사 ‘말랑스튜디오’는 롤 모델이나 다름 없다. 말랑스튜디오 김영호 대표도 얼마 전까지 불확실성 속에서 희미한 꿈을 키워오던 예비창업자였다. 그는 동료들과 오션의 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 개발에 매달린 결과 작년 1월 다양한 동물캐릭터를 이용해 잠을 깨우는 알람 앱 ‘알람몬’을 출시했다.
이 앱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가 200만건을 돌파할 만큼 ‘대박’을 터뜨렸다. 덕분에 지난 2월 꿈에 그리던 창업에 성공했으며, 최근엔 투자유치까지 받아 태국 중국 브라질 등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오션이 없었다면 모든 게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고정완 상무는 “창조경제 시대에 맞춰 창조적 개발자, 창조적 예비 창업가들을 꾸준히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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