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용의자인 조하르 차르나예프(19)가 22일 주범은 검거 과정에서 숨진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테러가 외부와 연계되지 않은 자신들의 단독범행이라고 밝혔다. 조하르는 이날 대량살상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CNN방송은 말을 못하는 조하르가 고갯짓 등을 통해 타메를란이 이슬람권을 미국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테러를 주도했다는 진술을 수사당국에 전달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조하르는 이날 대량살상과 재산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당국은 사형제가 없는 매사추세츠주 지방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 그를 기소했다. 이에 따라 조하르는 재판결과에 따라 사형까지 가능하다. AP통신은 “조하르의 기소는 22일 오후 그가 입원한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서 치안판사가 입회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조하르가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적국 전투원’ 신분을 부여해 군사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하르의 첫 재판 날짜는 5월30일쯤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이번 테러가 극단적 이슬람주의에 빠진 형제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캅카스 지역 등 러시아 남서부 이슬람문화권에서 생활하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온 형제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지만, 이민에 적응하지 못한 채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타메를란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급진 이슬람주의 관련 자료를 게재하고, 유튜브 계정에는 이슬람 지하드 지도자의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이번 사건이 이슬람 테러 집단과 연계돼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주 검찰은 타메를란이 2011년 친구인 브렌던 메스의 살해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메스가 미국인이란 이유로 적개심을 품은 타메를란이 고의로 메스에게 먼저 접근한 뒤 마약거래 등의 누명을 씌워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스 살해사건은 발생 1년이 넘도록 살해 동기 등이 발견되지 않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CNN방송은 “이번 테러가 극단적 이슬람주의 이민자 형제의 단독범행으로 드러날 경우 미국의 안보는 외부 테러세력의 도발에만 치우치다 본토에서 발생한 ‘외로운 늑대’ 테러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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