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은 지난 30년간 상당한 수준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1980년 96개에 불과했던 4년제 대학 수는 2012년 201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142개의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343개에 달한다. 연구수준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SCI 논문 숫자도 2002년 1만 7,000건 수준에서 매년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1년에는 4만 4,000건 이상의 SCI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같은 양적·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투자 규모는 OECD 국가군 중 하위 수준인데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대학재정투자 편차가 큰 상황이어서 대학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정부 대학정책의 키워드는 지역균형, 특성화, 그리고 미래 성장산업을 위한 인재육성인데, 세부적인 고등교육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의 지역균형발전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정부는 지방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지방대 특성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역 인재의 유치와 활용을 강화하기 위한 국정과제를 제시하였다. 둘째, 특성화를 통한 미래인재육성 및 산업과 연계된 전문대의 직업교육 강화 전략이다. 이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구현'과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이라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목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셋째, 박근혜정부는 저출산 문제와 연계된 고등교육 수요 문제를 단순히 학령인구의 감소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보다 고령화에 대비한 평생교육의 측면도 고려하였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에 고등교육 재정투자규모를 현재의 GDP 대비 0.84% 수준에서 GDP 대비 1%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토대로 기존에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지방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특성화 및 산·학 연계 그리고 평생교육에 기반을 둔 지원을 통해 대학의 지역균형발전, 미래산업인재육성, 산업과 교육의 선순환구조를 제고한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대학정책이 보다 확실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박근혜정부의 대학정책은 국가 전체 차원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전략과 지방대 및 전문대 육성 전략 간의 구체적인 연계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역균형과 산업인력육성을 위한 지방대와 전문대 지원 전략은 국가 전체 차원의 대학경쟁력 강화 정책과 맞물려 있어야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대와 전문대 육성을 위한 구체화된 특성화 전략이 요구된다. 현재 지방대 육성과 관련한 박근혜정부의 대학정책 중 지역거점대학 육성사업과 지방대 특성화 사업은 지방대를 살린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특성화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과 콘텐츠가 하루빨리 밝혀져야 할 것이다.
셋째, 전문대의 평생교육기능과 관련하여 기존 대학, 전문대, 기능대 등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과의 차별성을 강화해야 한다.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평생교육원은 400개에 달하며 여기서 운영되는 약 2만 7,000여개의 교육과정에서 84만 명 이상이 교육을 받고 있다. 결국, 기존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인문학·교양강좌, 취미강좌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대의 평생교육은 직업능력 교육으로 더욱 특화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학정책은 주로 효율성의 논리에 기반을 둔 이명박정부의 부실대학 퇴출정책에서 한 걸음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전체 차원의 대학경쟁력 제고정책과의 연계성 강화, 지방 및 전문대 육성 전략의 구체화, 전문대 평생교육기능의 기존 평생교육기능과의 차별성 강화 등을 통해 더욱 융성화돼야 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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