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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는 '그림의 떡' 손 벌릴 곳 없는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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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는 '그림의 떡' 손 벌릴 곳 없는 중기

입력
2013.04.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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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의류 브랜드의 마케팅ㆍ홍보 대행 중소기업을 7년째 운영중인 A사장은 요즘 회사자금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연 매출이 5억원에 가깝지만 은행은 대출신청 때마다 신용보증서를 요구하고, 보증기관은 일방적으로 보증 한도를 줄이거나 거절하기 일쑤다. A씨는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없는 중기는 은행 대출을 꿈조차 꾸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역사적인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 정작 대다수 중소기업은 극심한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중기 지원'은 구호만 요란할 뿐 손에 잡히는 건 거의 없다. 은행은 대출을 해줘도 고금리를 요구하고 회사채 발행도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증시 침체로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 길도 막힌 상태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대ㆍ중소기업 간 자금조달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출금리의 경우 2003년 대기업(연 6.15%)과 중소기업(6.71%)의 차입금 평균 대출금리 격차는 0.56%포인트였으나 지난해에는 1.08%포인트로 2배 가까이 벌어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금리가 1.51%포인트나 떨어지는 사이, 중소기업은 0.99%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들이 중기 대출을 의도적으로 꺼린 탓이 크다. 실제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3년 8.7%에서 지난해 4.79%로 거의 반토막 난 데 비해 중소기업은 3.71%에서 4.28%로 올랐지만 이 같은 실적은 금리에 반영되지 않았다. 연체율도 작년 말 기준 대기업 0.9%와 중기 1.3%로 큰 차이가 없는데도 올 2분기 현재 은행들이 평가하는 대기업(9)과 중기(34)의 신용위험지수는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의 중기 살리기 구호에 맞춰 은행장들이 경쟁적으로 중기 방문에 나서지만 실제 대출은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에만 집중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자금조달 경로인 회사채 발행 역시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신용등급 BBB- 회사채 금리(3년물 기준)는 지난해 평균 연 9.33%로, 대기업(AA- 등급 회사채ㆍ 3.76%)의 3배에 육박했다. 금리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중기 회사채 발행 실적은 올해 1분기 단 한 건도 없었다.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공모한 자금은 1,733억원에 불과해 최악으로 평가 받던 작년보다도 38.8%나 줄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우량 대기업조차도 상장을 기피할 정도라 중소 업체들은 상장을 통해 필요 자금을 모을 엄두도 못 낼 형편"이라고 전했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중기 자금 지원을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유망 중기와 창업기업의 경우 공적 금융으로 자금지원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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