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각료들에 이어 여야 의원들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집단 참배하고 집권당이 공격적 성향의 방위계획 개정을 추진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체제 출범 이후 일본이 급속히 우경화하고 있다.
초당파 의원 단체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 168명은 23일 오전 춘계 예대제(例大祭ㆍ제사)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 모임의 오쓰지 히데히사 회장은 "어느 나라든 국회의원은 순국 영령에 참배한다"며 "(한국, 중국이) 반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국회의원의 야스쿠니 참배는 흔한 일이지만 이날 참배는 아소 다로 부총리 등 각료 3명의 참배에 주변 국가가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무려 168명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 168명은 확인이 가능한 1989년 이후 가장 많이 참석한 것이며 참배 인원이 100명을 넘은 것도 200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야스쿠니 참배 의원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등 우익 정치인이 대거 당선되고 이후 출범한 아베 내각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현상 등과 관련이 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열풍이 이어질 경우 10월 추계 예대제 참석 의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국가간의 관계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밝혀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또 집권 자민당은 적 미사일 발사 기지에 대한 공격 능력 보유와 핵억지 전략 연구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방위계획대강 안을 마련했다. 헌법 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국방군 창설 등 아베 총리가 주장한 군사력 강화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이런 우경화 속에서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은 선박 10척에 나눠 타고 중국과 영토 분쟁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부근 해상에 접근해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한국 외교부의 조태영 대변인은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범죄자를 합사하고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며 "신사 참배가 관련 국가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지 (일본 고위층 인사들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야스쿠니 참배의 본질은 일본 군국주의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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