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의 중추기관이자 권력형 비리 수사의 총본산으로, 한편으론 정치검찰의 상징으로 현대사와 영욕을 함께 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3일 활동을 종료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5공 출범과 함께 현재의 이름으로 개편된 지 32년, 전신인 정부수립 직후의 대검 중앙수사국까지 거슬러 오르면 74년 만이다.
중수부는 지검ㆍ지청 차원에서 하기 힘든 대형수사를 담당해오면서 전직 대통령들과 현직 대통령 아들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은폐사건 수사 등을 통해 역사의 흐름까지도 바꾸어왔다. 반면, 권력의 이해에 따라 자주 굽은 잣대를 들이대고 수사와 기소 권한을 오용ㆍ남용하면서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라는 냉혹한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적으로 마땅히 필요하고 유용한 조직이자 기능이면서도, 잘못된 운용과 처신으로 과(過)가 공(功)을 덮은 셈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중수부 퇴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씁쓸하고 착잡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새 시대를 여는 상징적 출발점이다. 중수부가 해온 거악(巨惡) 척결 기능은 살리되, 자의적 권한 오남용의 부작용은 철저하게 제거해야 하는 것이 이른바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지검ㆍ지청의 특별수사 지휘 및 지원부서는 전자에, 검찰총장의 수사 불개입 의지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검찰권의 비대화가 또 다른 원인(遠因)인만큼 검찰권의 분산과 견제도 필요하다. 현재 논의 중인 상설특검, 특별감찰관제 등은 이 같은 원칙에서 과감히 수용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고민하는 것이 옳은 까닭이다. 이런 모든 개혁의 전제가 검찰인사의 독립성 확보와 검찰 스스로의 의식개혁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큰 폭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불가피한 흐름에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검찰의 자기개혁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검찰은 떼어낸 중수부 현판을 보존하고, 백서를 발간해 중수부의 공과를 남겨놓을 예정이다. 혹, 검찰이 또다시 법과 원칙 외의 유혹에 흔들릴 일이 있다면 그때마다 회한의 중수부 역사를 다시 꺼내 교훈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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