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인 추신수(31ㆍ신시내티 레즈)가 '기록 제조기'로 변신했다. 구단 사상 최다 몸에 맞는 공(사구)에 이어 이제는 메이저리그 전체 신기록을 노리고 있다.
추신수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볼넷과 고의4구, 몸에 맞는 볼로 세 차례나 출루하면서 1번 타자 역할을 100% 수행했다. 팀 역시 연장 13회 접전 끝에 5-4 역전승을 거두고 3연승을 기록, 12승8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지켰다.
또 몸에 맞았다. 앞선 경기까지 9개의 사구로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유지했던 추신수는 0-2로 뒤지던 6회말 선두 타자로 나가 오른 팔에 공을 맞았다. 상대 선발 트래비스 우드가 던진 시속 76마일(약 122㎞)짜리 커브가 몸 쪽으로 휘어 들어왔고, 추신수는 피하지 못했다.
시즌 10번째 사구. 이는 1903년 5월 마이크 돈린(9개)이 세운 신시내티 구단 월간 최다 사구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으로 보면 1997년 8월 휴스턴의 크렉 비지오(10개) 이후 16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이 부문 신기록은 통산 사구가 243개인 론 헌트(1970년 5월, 1971년 7월), 267개인 돈 베일러(1986년 6월) 등이 갖고 있는 11개다.
추신수는 이달 말까지 8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어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1896년 볼티모어의 휴이 제닝스가 세운 한 시즌 최다 사구 기록(51개)도 깰 공산이 크다.
추신수가 유독 몸에 맞는 공이 많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최근 몇 년간 몸쪽 공에 약하다는 전력 분석이 잇달아 나온 탓이다. 추신수는 2009년 왼손 투수에 타율 2할7푼5리로 그리 약하지 않았지만 2010년 2할6푼4리, 2011년 2할6푼9리, 지난해엔 1할9푼9리로 타율이 점점 떨어졌다. 특히 2011년 6월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는 상대 왼손 조나단 산체스의 공에 왼 엄지 골절상을 입고 '몸쪽 트라우마'가 생겼다. 올해도 상대 팀들은 왼손 투수, 오른손 투수 가리지 않고 몸쪽을 공략하고 있다.
추신수의 타격감이 워낙 좋은 것도 많은 사구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추신수는 이날 세 차례의 출루로 연속 경기 출루 행진을 32경기째로 늘렸다. 클리블랜드 소속이던 지난해 9월21일부터 출전하는 경기마다 한 차례 이상 1루를 밟고 있다. 이는 2005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이후 개인 최다다. 출루율(0.521)은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이고, 26안타는 내셔널리그 선두다.
그런데 26개의 안타 중 밀어치는 안타가 많다 보니 상대 투수는 의도적으로 몸쪽 공을 던지고 있다. 이날까지 타구 분포도를 살펴보면 좌전안타 42.3%(11개), 중전안타 38.5%(10개), 우전안타는 19.2%(5개)다. 가운데로 몰리거나 바깥쪽으로 형성되는 공은 어김없이 좌중간으로 밀어치고 있어 사실상 던질 곳은 몸쪽 밖에 없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괴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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