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스폰서까지 확보한 민속 씨름이 제2의 중흥기를 예고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는 프로 씨름을 관장하던 한국씨름연맹과 별도로 독자적 대회를 열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타이틀 스폰서를 구했다. 프로 씨름의 옛 영광 재현을 위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민속 씨름으로선 의미 있는 발자국이 아닐 수 없다.
협회는 2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IBK 기업은행과 타이틀 스폰서 조인식을 가졌다. IBK기업은행은 내년 설날 장사대회까지 1년 동안 협회와 타이틀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민속 씨름 부흥의 도우미 역할을 맡기로 했다. 24일부터 닷새간 충북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는 IBK기업은행 2013 보은장사씨름대회가 그 출발점이다.
민속 씨름은 '전성기'였던 프로 시절에만 타이틀 스폰서가 붙었다. IMF 이후 내리막 길을 걷던 씨름은 지방자치단체의 유치비와 정부 지원금 등으로 힘들게 살림을 꾸려 나갔다. 이렇다 보니 체계적으로 씨름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그러나 박승한 신임 협회장 부임 후 대변혁을 시도하고 있고, 스폰서까지 확보하는 등 '명품 씨름'이라는 비전까지 제시하고 있다. 박 회장은 "그 동안 재정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씨름인들이 해야 할 일을 못했다. 희생과 봉사의 마음으로 다시 뛰고 있는데 이번에 기업은행의 도움 덕분에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협회는 우선 5,000년 역사를 지닌 씨름의 전통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계보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승단제의 도입이 눈에 띈다. 5~1급, 1~10단으로 세분화해 씨름인들의 전문성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작업이다. 박 회장은 "승단제를 도입하면 태권도나 유도처럼 씨름도 족보가 생기게 되고 표준화될 수 있다. 계보가 자리 잡힌다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더욱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승단 심사를 받은 결과 이태현 용인대 교수에게 6단이 부여됐다. 김병헌 협회 실무부회장은 "승단 심사 신청을 한 씨름인들만 현재 단수가 있다. 6월에 다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장군 칭호를 받은 김성률 장사와 씨름인 박사 1호 박 회장이 9단으로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지역연고제를 도입해 씨름의 부흥을 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규정도 바꿀 예정이다. 손상주 협회 전무이사는 "진정한 승부가 나는 씨름으로 규정을 바꾸려 한다. 아마추어 때 전ㆍ후반으로 나뉘는 농구가 프로가 되면 1~4쿼터로 바뀌듯 씨름도 실업과 아마추어간 차이를 둘 것이다. 체중 상한제는 130㎏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계화를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행복과 건강을 키워드로 정한 협회는 '씨름 헌장'과 '건강 씨름 체조'를 만들어 보급시키고 있다. 박 회장은 "씨름을 해서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게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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