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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싸이니까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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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싸이니까 괜찮다고?

입력
2013.04.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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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우스갯얘기로 '남자가 반하는 여자 순위'가 떠돌고 있다. 1위는 예쁠 때이고, 2위는 특별한 것도 없는데 얼굴이 예쁠 때, 3위는 밥 먹고 밥풀을 흘렸는데 얼굴이 예쁠 때 등 이런 식으로 10위까지 모든 순위에 예쁘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한마디로 예쁜 여자는 모든 게 용서된다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싸이의 신곡 '젠틀맨'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런'예쁜 여자 신드롬'이 떠올랐다. 뮤비를 보고 개인적으로 거북하고 불쾌하게 느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치하고 저급한 성적 코드로 일관한 내용에 대해 평소 같으면 성희롱이니 성 상품화니 난리를 쳤을 법한 시민단체들도 잠잠하다. 지난해 '강남스타일'이 빌보드차트 2위에 오르는 등의 위업과 후광에 압도돼 뭐든지 싸이가 하면 괜찮다고 생각해서인가.

스스로 B급 문화를 내세우고 "모범은 싫다"고 외치는 싸이에 대해 애초부터 고급스럽고 우아한 걸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제대로 놀 줄 아는 광대"로 자처하는 싸이의 돌출행동을 보면서 "맞아, 저게 싸이의 매력이야"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젠틀맨'은 도가 지나치다.

선탠 하는 여성의 배를 쓰다듬는가 하면 비키니 가슴 끈을 풀어버리고,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이 의자에 앉는 것을 도와주는 척 하다가 의자를 빼 넘어뜨리기도 한다. 가인이 하얀 소스를 바른 어묵 바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선정적인 몸동작은 포르노를 보는 느낌이다. 영어 욕설을 비튼 'mother father gentleman'부분도 '언어의 유희'라는 평가도 있지만 원래의 욕설은 미국에서도 듣기 힘든 언어 테러다.

게다가 이러한 내용의 동영상을 다국적 기업인 유니버설뮤직그룹을 통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사전 연령등급심사를 피한 것도 꼼수다. 인터넷에 올리는 뮤비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해외업체가 올릴 경우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주 싸이 측이 지상파 방송 심사용으로 제출한 뮤비에 대해 KBS가 공공시설 훼손 장면을 들어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당연하다. 공영방송이 심의과정에서 다른 잣대를 사용할 땐 나중에 큰 혼란과 피해가 뒤따른다. 그럼에도 싸이 측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져있는데다 당초 한국이 아니라 세계 팬들을 겨냥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싸이 측이 시건방춤 안무가에 저작권료를 지불했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칭찬을 받은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만약 지금까지 관례대로 춤을 베껴 사용했다면(싸이 측은 재창조라고 말하지만) 표절 논란으로 온 세계가 시끄러웠을 것이다. 시건방춤 안무의 아이디어를 사다가 쓴 행위는 전례가 없었다고 칭찬받을 일이라기보다는 사전에 표절 사실을 인정했기에 용서 받을 일이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한국의 인지도와 브랜드를 높인 주역인 건 맞다. 또 거침 없는 발상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일상성을 깼던 '싸이스타일'이 오늘의 싸이를 탄생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수만 명이 모이고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공연에서 소주병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키고, 춤과 노래로 승부하기보다는 유튜브 조회수만을 겨냥한 듯 말초적 자극만을 앞세운 것은 오버다. 싸이는 국가 공인 가수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저 지구촌을 무대로 상업적 성공을 위해 뛰는, 국가적 관심마저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용할 수도 있는, 그의 표현대로 '딴따라'일 뿐이다. 싸이가 설혹 옷을 벗고 야동을 찍든 말든 그것은 그의 자유다. 다만 예쁜 여자라고 모든 행위가 용서되지 않는 것처럼 싸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버'를 용인하고, 심각한 일탈을 눈감아주는 건 일종의 집단주의다. 개인을 영웅으로 띄워 그에게 전체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무조건 열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나라 대중은 무슨 문제든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와 연결될 때 현명하지 않은 국민이 된다는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최진환 문화부장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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