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냉전 시기에 유럽에 배치했던 핵무기의 성능 향상 계획을 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 등 유럽 5개국에 배치한 핵폭탄 B61 200여기의 수명 연장 계획에 100억달러를 투입하고 10억달러를 추가해 제어 가능한 새 수직안정판을 설치한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B61 성능을 향상시키면 유도 핵무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성능이 향상된 B61을 폭격기와 F-35 전투기에 장착하면 목표를 좀 더 가까이서 더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낮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하면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방사성 낙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핵무기를 더 자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번 결정은 핵무기 감축 및 핵 비확산을 주창한 오바마 정부의 기존 정책 흐름과 완전히 상반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기 취임 직후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를 방문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역설했다. 이듬해에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해 핵무기 등을 포함한 유럽 내 군사능력 향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 해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후속인 뉴 스타트(New START) 협정을 맺고 양국의 전략 핵탄두를 2018년까지 1,550기로 줄이는데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6월 주요8개국(G8) 회담에서 핵탄두 보유기수를 1,100개로 줄이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결정이 B61을 정비하고 보수하는 것일 뿐 2010년 NPR 등 핵 비확산 조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스 펀드의 조세프 시린시온 회장은 "B61 성능 향상 계획은 미국 정부의 군비 감축에 반대하는 상원 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국내 정치 전략"이라면서 "미국의 계획이 러시아 등 유럽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막대한 군비 지출은 냉전 종식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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