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루산(蘆山) 지진 구조작업이 잇단 여진과 산사태, 극심한 차량정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시 루산현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뒤 곧바로 1급 지진재난 지원체계를 가동한 중국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22일 생존자 구조에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현장에는 무려 3만5,000여명의 군 병력과 무장경찰, 소방대원, 의료진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손길이 현장에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22일 오후 2시까지 무려 2,283차례 계속된 여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진은 간신히 버티던 가옥을 붕괴시키면서 산사태를 불렀다. 대부분 지역이 해발 1,000~3,000m의 고지대여서 간신히 뚫었던 길도 쏟아진 토사에 다시 봉쇄됐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렸다. 여기에 구조대가 야안시에서 루산현으로 들어가는 길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 구급차조차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루산현은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다. 막혔던 바오싱(寶興)현 진입로도 복구작업 끝에 21일 오후 겨우 뚫렸지만 곧바로 차량이 정체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연약한 도로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무너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길이 막히자 시민들은 응급 환자들을 들것에 실은 채 이어달리기로 병원까지 호송했다. 바오싱현 링관(靈關)진 주민 100여명은 잔해에 묻힌 10세 남자 아이 황샤오(黄肖)를 6시간 만에 구출해 들것에 싣고 6시간 동안 이어달리기를 한 끝에 루산현 인민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는 "한 시간만 늦었어도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신문망은 "정부가 2008년 쓰촨대지진 5년 만에 다시 대형 재난사고 대처 능력을 시험받게 됐다"며 "무질서도 교통정체에 한 몫 했다"고 지적했다. 국무원판공청은 사회단체 등에 통지문을 보내 사전허가 없이 구조 및 복구작업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시민들에게도 개인 차량 이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현장에선 감동과 비극이 엇갈렸다. 루산현 룽먼(龍門)향의 뤄린하이(駱林海ㆍ14) 뤄융푸(駱永富ㆍ13ㆍ여) 남매가 맨손으로 흙더미와 벽돌을 걷어 내 할머니(77)를 구한 사연은 잔잔한 감동을 줬다. 남매의 부모는 도시로 일하러 나갔다. 그러나 이웃 마을의 8세 쌍둥이 자매인 왕징징(王晶晶)과 왕잉잉(王瑩瑩)은 운명이 엇갈렸다. 동생 잉잉은 "언니가 숙제를 해야 한다며 2층으로 올라갔는데 쿵 소리와 함께 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정신을 잃었다"면서 "언니는 어디 있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22일 오후 2시 현재 사망자와 실종자는 213명으로 늘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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