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2일 국가정보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중 부당한 상부 개입이 있었다는 내부 폭로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조사 범위와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일선서 수사 실무진에 대한 외압 논란의 파장을 봉합하기 위한 성격이 짙어 자체조사로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일단 진상조사를 맡은 경찰청 감사관실이 주목하는 상부의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은 대략 네 가지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와 노트북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의뢰한 대선 관련 키워드 78개를 서울경찰청이 4개로 줄여 분석하고, 올 2월 초 판례를 근거로 한 "공직선거법 적용 검토" 내용의 언론 보도에 대해 경찰청에서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누가 판례를 언급했느냐"고 캐물은 경위다. 수사 실무 책임자가 상부의 수사 개입을 제기하는 핵심 사안이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또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여직원의 하드디스크에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직접 만들고 발표 30분 전에야 수사팀에 보낸 경위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경찰청이 일선서 수사팀의 항의 뒤에 하드디스크 분석 자료를 건넨 점 등도 경찰청의 조사 대상이다.
물론 서울경찰청은 외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효율성을 고려해 직접 연관 없는 키워드를 빼기로 실무자 선에서 협의한 것이고 '공직선거법 적용 검토'언론보도와 관련, 수사팀에 전화한 것도 "정당한 업무지시"라는 입장이다.
상부의 외압 제기 당사자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서울경찰청 등 상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조사로 외압 실체가 제대로 규명될지 여부는 사실 불투명하다. 더욱이 중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원 출신 고위 공무원이 맡던 감사관은 현재 공석인 상황이어서 조사의 신뢰성도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에다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경찰 상부 개입 여부까지 조사하기로 해 경찰이 봉합 수준의 조사로는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 대상은 경찰에서 송치한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 및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이 제기된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 분석 사건과 함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등 경찰 수뇌부의 외압ㆍ은폐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 등에 원 전 원장이 개입했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만간 자료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강제수사 또는 임의제출 등 압수수색 방식을 두고 국정원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을 단 직원이 속한 심리정보국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할지, 범위를 더 넓힐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