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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서 앵벌이 하냐는 말도 들어, 공기만 먹고 못살아… 영화는 내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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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서 앵벌이 하냐는 말도 들어, 공기만 먹고 못살아… 영화는 내숙명"

입력
2013.04.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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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긴장이 많이 돼요. 관객수를 떠나서 시사회 끝나고 난 뒤의 그 눈빛을 알잖아요. 영화가 괜찮은지 아닌지. 그때가 가장 무섭죠."

'전국노래자랑' 시사회를 하루 앞둔 22일 서울 홍대입구에서 만난 이경규는 "오랫동안 방송을 해왔지만 긴장해본 적이 없는데 영화는 다르더라"고 털어놓았다.

1992년 '복수혈전'으로 망신살이 뻗쳤음에도 2007년 '복면달호'에 이어 이번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로 나선 그의 뚝심이 궁금했다. 방송에서 그만의 입지를 굳힌 그는 왜 그토록 힘든 영화를 고집하는 걸까. "방송은 늘상 하는 것이죠. 공기와 같은 거라고 할까요. 사실 영화는 안해도 돼요. 하지만 공기만 마시고 살 순 없잖아요. 방송과 영화 모두 서로 힘을 줍니다. 한쪽이 힘들면 반대쪽에 기댈 수도 있고요.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영화를 통해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됐고요."

그는 영화와의 인연을 유년으로 끌어당겼다. "사람은 어릴 때 어떻게 자랐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부산 초량에서 자랐는데 집 주변에 극장이 3군데나 있었죠. 어릴 적 TV는 못봤어도 영화는 많이 봤어요.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에 많이 빠졌고요."

정말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였지만 사투리란 벽이 가로막혔다. "우리 시대엔 사투리를 못쓰게 했어요. 방송에서도 사투리는 부적합 언어였죠. 대학에서 연극할 때 제가 '잘 있거라'같은 그 짧은 대사만 해도 다들 웃어요. 선배들이 분위기 깬다고 절 안쓰려 했죠. 그런 것들이 개그쪽으로 방향을 틀게 만들었죠. 방송도 사투리 못쓰게 했지만 시대가 달라졌죠. 경상도 말 쓰는 MC는 제가 처음일 거에요. 강호동 김제동은 절 고맙게 생각해야 돼요."

그가 영화를 고집할 때 주변의 만류는 거셌다. "이윤석이 '형님 이쪽에서 최고인데 왜 충무로 가서 앵벌이 하시냐' 하더군요. 전 영화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시나리오 다듬고 캐스팅 하고, 감독과 상의하고 그런 일들이요. 선택되는 직업으로 살다 보니 내가 선택하는 게 없잖아요. 직장생활 하다 사업하고픈 마음하고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죠."

그에겐 나름의 웃음의 철학이 있다. "전 억지설정을 무척 싫어합니다. 자연스러워야 하고 공감이 있어야 해요. 일상에서 주고 받는 대사에서 오는 공감이죠. 방송에서도 어거지 설정으로 웃기려는 건 정말 싫어합니다. 웃으라 강요해서도, 굳이 울리려 해서도 안돼요.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제가 관철시킨 부분은 과장된 설정을 하지 말라는 거에요. 매주 방송되는 '전국노래자랑'에 무슨 대단한 사건이 있겠느냐. 억지 사건 만들지 말라 했어요."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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