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등 각료 3명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에 반발, 이번 주 예정된 한일 외교장관회담 취소를 결정하자 일본 정치권이 당혹해 하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이 센카쿠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로 미뤄진 와중에 한국과의 외교갈등마저 불거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외교정책이 심판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2일 "(아소 부총리 등이) 개인 차원에서 참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에 대해서는 "사인(私人)으로서의 행동"이라며 "내각총리대신 직함을 사용한 것은 일반적인 관례"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윤병세 외교장관이 이번 일로 일본 방문 취소를 선언하자 "(외교장관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외교에 너무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며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민당과 연립정당을 이끌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21일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가 외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해치지 않으려는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부총리가 참배에 동참한 것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
교도(共同)통신은 "한일 외교장관회담 연기에 따라 북한의 핵, 미사일 및 납치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 공조에 균열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며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일본 정부도 어려운 국면에 부닥쳤다"고 전했다. 통신은 한중 양국을 과도하게 배려할 경우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자민당 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센카쿠 열도 문제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야스쿠니 카드로 한국과 연계해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도통신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이 일본에 대한 태도를 부드럽게 바꾸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한일 양국의 어색한 관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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