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막다른 길까지 왔다. 배구스타 김연경(25ㆍ페네르바체)이 자유계약선수(FA)라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국회의원까지 끌어들이며 정치적인 ‘도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서 대한체육회와 대한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KOVO), 흥국생명 등 4대 관련 단체의 합의서를 이끌어냈지만 결국 FA 자격은 얻지 못했다. 최상위 단체인 국제배구연맹(FIVB)까지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해줬다.
김연경 측과 흥국생명은 지난 19일 FIVB로부터 최종 유권해석의 결과를 통보 받았다. 흥국생명과 페네르바체가 김연경의 소속에 대해 질의를 하자 FIVB는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이기 때문에 이적을 하려면 흥국생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10월11일 내렸던 결론과 변함이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FIVB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문의하지 말아달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지난 2월 페네르바체가 질의했음에도 같은 결론이 나온 터라 FIVB가 합의서를 배제하고서도 똑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고 봐도 무관하다. 하지만 김연경 측은 “지난 9월 작성한 합의서를 토대로 내려진 유권 해석이기 때문에 불공정한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25일 최종 담판을 위해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김연경이 계속해서 ‘자신은 FA’라는 원칙을 고수한다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한배구협회와 KOVO는 이 사태에 선을 긋고 있다. 협회는 흥국생명과 김연경이 해결할 일이라며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맹 역시 김연경을 위한 ‘소급 적용은 없다’며 철저히 규정에 따르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FIVB나 KOVO의 규정에 따르면 김연경은 FA가 아닌 흥국생명 소속이 맞다. FA라고 주장하고 있는 김연경이라는 선수 1명 때문에 규정을 깡그리 무시할 순 없다. 해당 협회와 제도가 있으면 선수는 반드시 그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김연경 측이 FA라고 내밀고 있는 근거조차 해당 단체들이 인정하지 않는데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건 의미가 없다. ‘3개월 후 흥국생명 소속으로 임대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는 4자 합의서를 어긴 것도 김연경이다. 에이전트의 감언이설에 현혹된 김연경으로선 지금의 제도가 ‘악법’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렇지만 ‘악법도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사태의 해법 열쇠는 김연경이 쥐고 있다. 김연경이 ‘국내외 규정’을 존중해서 자신이 FA가 아니라고 인정만 한다면 꼬인 실타래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흥국생명은 FA제도의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김연경의 해외 진출을 보장할 계획이다. 꼭 흥국생명에서 다시 뛰지 않아도 된다. 이적료를 받고 자유롭게 놓아준다는 안도 이미 제시했다. 일본(JT마블러스 3년)으로 보냈을 때 임대료를 받지 않은 것처럼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이적으로 발생하는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을 거라는 공언까지 했다.
이제 김연경의 선택만 남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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