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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라면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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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라면 50년

입력
2013.04.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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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어원은 한자어 납면(拉麵)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수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칼로 가늘게 썰거나, 반죽을 잡아 늘리고 접기를 반복해 가락을 가늘게 뽑아내는 방법이다. 수타 자장면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후자의 방식으로 만든 국수가 납면이고, 납면의 일본식 발음이 라멘이다. 즉, 라멘은 반죽을 길게 잡아 늘여 뽑는 국수의 총칭이다. 소바(메밀국수)나 우동이 아닌 일본의 국수가 다 (생)라멘인 이유다.

▲ 결국 라멘은 중국식 면이지만, 인스턴트 라면은 순수한 일본의 발명품이다. 안도 모모후쿠란 사업가가 1958년 면을 닭 기름에 튀겨 만든 ‘치킨라멘’이 효시다. 이것도 중일전쟁 때 중국병사들의 비상식량이던 건면(乾麵)에서 착안했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일본식 인스턴트 라멘이 한국에 건너오면서 면(麵)의 어감을 살린 라면이 됐다. 일본의 제조법을 배운 첫 국산 ‘삼양라면’이 나온 게 63년이다. 그러고 보면 올해는 국산라면 50주년이다.

▲ 당시 다방 커피값 30~40원에 비하면 개당 10원짜리 라면이 비싼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간식에다 별도의 돈을 쓸 여유가 없던 시절이어서, 손님이 오면 별식으로 대접하던 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비우는 손님이 야속한 아이들은 골목에 나가 하릴없이 CM송이나 부르며 마음을 달랬다. ‘후루룩 후루룩 냠냠냠…, 값 싸고 맛 좋은 삼양라면 라면, 너도 나도 삼양라면.’

▲ 국산라면은 이제 종류만 200가지가 넘는다. 한 해에 한 명이 70여 개를 먹어 치우고 80여 개국에서 팔리는 한국의 대표 맛이 됐다. 신기한 건 이토록 화려한 진화를 거듭했어도 라면의 이미지는 처음 그때처럼 여전히 인생의 애닯은 페이소스에 닿아있다는 것이다. ‘꼬이지 않으면 라면이 아니다/ 그럼, 꼬인 날들이 더 많았던/ 내 살아온 날도 라면 같은 것이냐/ …맞다. 생은 라면이다 ’(오인태의 ) 이러니 어떻게 라면을 끊을 수 있을까.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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