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업들의 모든 경영 계획과 활동에 있어 경제민주화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경제민주화는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여야 하고, 기업들도 이에 적응해야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폐막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계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현 장관은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재계에 대해 이처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현 장관의 발언에 놀라기는커녕 체험적으로 경제민주화에 익숙한 나머지 현실로 받아들이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에게 경제민주화는 1년 전부터 이미 경영 현장의 룰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시스템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바로 대형마트를 운영하며 '수난 시대'를 겪고 있는 유통 기업들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대형마트 휴일 영업을 규제한지 22일로 1년이 됐다. 지난 1년간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난해 4월 이후, 설과 추석이 끼었던 지난해 9월과 올 2월을 빼고는 매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9%로, 2011년 9.5%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들 3사는 의무휴업이 시행되자 7,000여명의 인원을 구조조정하고 신규채용 역시 동결하는 등 실적 악화를 줄이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운용 중이다. 이들은 또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의 무리한 영업규제에 반발해 맞짱 소송전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너들도 정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는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다룬 공정위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해당 업체 오너 2세들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이들이 출석하지 않자 고소했고, 오너들은 이례적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돼 최근 법원으로부터 법정 최고 벌금형을 선고 받는 등 쓴 맛을 봐야 했다.
과연 이같은 사회적 논란과 큰 비용을 감수하고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시행한 대형마트 휴일영업 규제는 지난 1년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까.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대형마트가 쉬니까 확실히 전통시장에 손님이 많아지고 매출도 늘었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대형마트 강제휴무로 인한 매출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마트가 쉰다고 소비자들이 다 전통시장으로 몰려 가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대형마트 납품 소상공인들과 농민들은 오히려 피해가 심각하다며 헌법소원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대형마트 매출 하락세에 비해 재래시장이나 중소 상공인에게 돌아간 이익은 실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체인스토어협회 의뢰를 받아 연세대가 진행한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 마트들은 2011년 1월 1일부터 2012년 6월 30일까지 월평균 2,441억원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소비액을 회귀 분석한 결과에서 나왔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재래시장과 소형 슈퍼마켓에 돌아간 금액은 336억~418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품목규제 등 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요구한다. 시장의 주력 품목인 신선식품 특화 정책을 강화, 대형마트와 차별화하는 전문 분야를 확실히 브랜딩해야 한다. 전통시장을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결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선 경쟁력 제고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를 찾는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다. 소상공인 사업자들도 소비자들이 골목상권을 좋아해 제 발로 찾아올 수 있게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 변화를 파악해 다가올 미래시장을 대비해야 한다.
장학만 사회부 차장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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