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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장관들 이뻐서 하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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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장관들 이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입력
2013.04.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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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세금이 아까워서 하는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 정부 초대 내각이 대통령 취임 후 무려 50일 만에 완료되었다. 이른바 '고소영 내각'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이명박정부 때 첫 내각은 대통령취임 후 18일 만인 2008년 3월 13일 출범됐다. 그때 보다도 한달 보름 가량이 늦어졌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아직도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 정부 초대 국무위원들의 자질이나 도덕성에 관해 이의가 없어서 이 글을 쓰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전제 아래 한 마디 하겠다.

'함량 미달'이 확인되는 경우라면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 하겠지만, 박근혜정부에서는 제발 장관들이 '진득하게' 일 해 나가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장관 한번 바뀔 때 마다 초래되는 행정공백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장관 한번 바뀌면 인사청문회 두어 주일 거쳐 취임 후 실‧국별 보고받으랴 산하 기관장들 인사 받으랴 짧게는 수 주일 길게는 한 달도 더 걸린다. 행정의 중추인 실‧국‧과장급 공무원들이 새 장관에게 업무보고하려고 문서 다시 써서 장관실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 '장관'(壯觀)이다. 솔직히 말해 뭐 똑부러지게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닐 게다. 그간 해왔던 것들에다가 새 장관의 기호나 '취임 일성'에 맞춰 각색한 보고자료이기 일쑤지 싶다.

업무파악 마치면 장관은 인사에 들어간다. 그러면 실‧국별로 짐 싸서 이사 다니랴, 환송‧환영회하랴, 새 국‧과장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다시 업무보고받고 재검토 시작하느라 1주일 정도는 휙 날아가버린다. 그러는 사이 정책일관성이 훼손되거나, 일시 중단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안전행정부 집계에 따르면 김대중정부 이래로 각 부처 장관들 평균 재임기간은 1년 2개월이 채 안된다. 이번 인사청문회 때 국민들에게 큰 '웃음과 화제'를 선사했던 해양수산부의 경우 역대 장관 재임기간은 고작 아홉 달이었다. 국가행정의 중추인 중앙 부처 국‧과장들도 평균 1년 4개월 남짓이면 자리를 옮긴다. 이러니 전문성 향상은 그림의 떡이다. 잦은 장관 교체에 따른 연쇄작용 여파다.

왜 그렇게 장관들이 단명한 걸까. 정치-경제-사회적 이유로 정부가 곤경에 처하거나, 국정지지율이 떨어질라 치면 거의 예외없이 '민심수습용'이나 '국면전환용'으로 장관들 갈아치우곤 했다. 심지어 지난 이명박정부의 경우, 집권에 공을 세운 인사들 챙겨주기 위해, '회전문식 인사'로 장관들 바꾼 혐의가 짙은 경우도 있었다.

물론 대형 사건사고나 국정혼란을 초래하거나 국익에 반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누가 그 자리에 있었다 하더라도 불가피한 상황이나 요인으로 정책 시행착오가 생긴 거라면 장관 바꿔치기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장관 몇 명 갈아치운다고 민심이 수습 되거나 국면이 전환되던 시대는 지났다.

장관 한번 바뀔 때 마다 드는 매몰비용을 정확히 계측한 자료는 아직 없지만 최소 한 달 여 업무공백에 따른 세금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의 모든 공적 기능은 하루하루가 다 혈세로 유지된다. 장관들 장기 재직에 따른 업무타성이나, 혹여 있을지 모를 모종의 '유착' 같은 건 평소 감사활동과 여론의 면밀한 분석‧반영을 통해 충분히 통할 가능하다.

'깜냥'이 되는 장관들이 적소에서 능력과 포부, 소명감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것도 대통령의 중요한 몫이다. 말로만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할 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정점이겠지만, 각 부처를 관장하는 장관이 안정된 기조로 진두지휘해 공무원사회 업무작동방식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때 '변화와 희망'을 말할 수 있다.

"1년 남짓 했으니까", "대통령에게 화살이 쏟아질 지 모르니까" 분위기 쇄신한다며 장관 바꿔치는 악습적 관행만 없애더라도 박근혜정부는 이전 정권들에 비해 최소한 절반은 달라지는 거다. 세금이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는 게 '창조 경제'의 밑거름 아닐까?

이강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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