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일주일 뒤인 21일(현지시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워싱턴을 찾았다. 그의 미국 방문은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기 앞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중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메신저로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우다웨이 특별대표에게 변화한 입장을 담은 대북 메시지를 전할지는 미지수다. 케리 장관은 이달 중순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방문하면서 대화 쪽으로 기우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17일 의회 청문회에서는 미국이 아직 대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외교가는 우다웨이 특별대표의 방미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미중 협력시대를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이전보다 서로를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북미대화, 경제제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무너질 것"이라는 케리 장관의 발언도 미중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미국을 방문한 21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5월에는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중국을 찾는 것도 달라진 미국의 태도를 보여준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크게 보면 미중 협력을 다지는 방향에 서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위협이 군사적 의미에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가속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2개월여 동안 미국은 알래스카와 서태평양지역에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강화했다. 일본은 군국주의 및 재무장 비판을 의식해 주저하던 군사력 강화를, 북한 위협을 구실로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들이 장기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협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중 협력이 본격화하면 한국이 설 자리는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통미봉남의 우려를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한미동맹뿐 아니라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해졌다.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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