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들이 하루 중 들이마시는 공기량의 53%에 해당하는 주택 실내공기가 유해 화학물질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외공기보다 오염물질 농도가 최대 15배 높았는데, 실내공기 오염의 심각성이나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는 시민은 적었다.
22일 서울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서울시 주택의 실내공기질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공기 중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톨루엔,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농도가 실외공기에 비해 4~1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유세균(박테리아) 농도도 실외공기에 비해 7~15배 높았다. 특히 포름알데히드ㆍTVOCㆍ박테리아의 농도는 환경부가 정한 실내공기질 권고기준 등을 초과하는 수치인데, 관련 기준이 대부분의 일반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서울연구원은 지적했다.
주택 실내공기 오염물질 농도는 주택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건축자재에서 주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상대적으로 지은 지 얼마 안 된 아파트가 130㎍/㎥로 가장 높았다. 반면 부유미생물은 상대적으로 건축연식이 오래된 양식에서 농도가 높게 나왔는데, 박테리아는 다세대ㆍ연립이 1,970 CFU/㎥로 가장 많았고, 곰팡이는 단독주택이 932 CFU/㎥로 농도가 가장 높았다. 집먼지진드기는 침대 사용이 많은 아파트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도출됐다. 이산화탄소는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유형에서 환경부 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층수별로 봤을 때 반지하ㆍ지하 층의 경우 포름알데히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오염물질 농도가 환경부 권고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TVOC는 1,208㎍/㎥, 박테리아는 1,859 CFU/㎥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실내공기 오염이 심각한 지하ㆍ반지하 주택의 경우 신축을 불허하고 기존 주택은 단계적으로 수요를 줄여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도는 높으나 실내공기 오염원인에 대한 인식수준은 미흡했다. 서울연구원이 서울 거주 20세 이상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복수응답)에 대해 ‘음식냄새’를 꼽은 비율이 65.2%로 가장 많았고, ‘배관악취’(43.6%), ‘쓰레기’(43.0%), ‘자동차’(42.0%) 순이었다. 반면 건축자재 및 마감재, 가구 등을 실내공기오염원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10%안팎으로 매우 낮았다. 특히 응답자의 10명 중 4명은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 방향제를 사용한다고 답해, 실내공기 오염을 해결하기 보단 좋은 냄새로 덧씌우는 것을 실내공기질 개선으로 오해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고 서울연구원은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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