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와 북핵 위기로 '일본인 관광객 실종' 현상이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 최대 연휴기간인 '골든위크'(4월 27∼5월6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는 그 특수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어서 여행업계가 정부에 SOS까지 요구하게 됐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상위 60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2%가 골든위크 기간 일본인들의 관광 예약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응답했다. 한국여행업협회 조사에서도 3월 19일~4월 15일 국내 상위 19개 여행사를 통해 들어온 일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3.4%나 급감했다.
대한상의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계속된 독도 영유권 갈등과 ▦엔화 가치 하락에 ▦최근 북한 리스크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인 관광객 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발언 직후인 9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극우파인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엔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특히 단체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비즈니스 호텔에 묵기 때문에 일본인 투숙객의 빈 자리를 내국인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국내 여행사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내 1만5,000여개사가 가입돼 있는 한국여행업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문을 보내 "지난해 8월 이후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 여행객 유치 여행사 대다수가 정리해고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인 관광객 유치 활동비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들이 최근 국내 여행객의 해외 관광 수요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으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일본인 관광객 급감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북한 리스크나 한·일 관계 악화 등 문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에서 일본인 관광객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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