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1,000원, 부산대 3,000원, 세종대 1만원. 지난해 2학기 이들 대학이 재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 액수가 이렇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급한 345개 대학 가운데 190개 대학이 재학생 6,089명에게 10만원 미만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수로는 지급한 대학의 55%, 수혜자 수로는 69만 명의 8.8%에 이른다. 영남대 등 7개 대학은 1인당 1,000원씩을 주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면학의지를 북돋아주기는커녕 상처와 좌절감만 안겨주는 몰염치한 행태다. 코흘리개 과자 값 정도의 돈을 주고 생색을 내는 대학들도 웃기지만 이 같은 실상을 알고도 방관하고 있는 정부는 더욱 한심하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걸까. 국가장학금 2유형은 정부가 소득수준에 따라 직접 지원하는 1유형과 달리 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자체적으로 장학금을 늘린 금액에 연동해 대학에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등록금을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쉽지 않은 터라 대학들이 최근 들어 등록금을 거의 인하하지 않아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장학금 총액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들이 많다 보니 소액으로 쪼개서라도 지급해 생색을 내려는 잇속이 작용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학들의 자구노력과 연동하다 보니 국가장학금 2유형이 남아돈다는 점이다. 올해 2유형의 배정예산 6,000억 원 중 실제 지원금은 55.8%인 3,349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배정예산 7,500억 원 중 93.4%인 7,007억 원이 지원된 것에 비하면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결국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대학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국가장학금 도입 취지도 무색해졌다. 집행되지 않은 2유형 장학금을 1유형으로 돌리든지, 아니면 지급방식을 바꿔 실질적인 도움을 주든지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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