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간결해야 더욱 설득력이 커진다. 내용도 그러하고 형식도 그러하다. 하나의 글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해서는 안 된다. 짧게 써야 한다. 상황설명이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면 별개의 문장으로 풀어내야 한다. 중문이나 복문으로 쓰는 화려한 글이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논술은 문예백일장용 글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글의 구성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마지막 단락에서 '먼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넘어 이성의 시각으로 접근하자. 둘째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제안을 삼가자. 셋째 정책에 대한 비판안목을 갖자'라고 짧게 주장해야 한다(병렬주장). 아니면 '경제발전과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접근하자'라고 먼저 주장을 한 뒤 도움이 되는 방향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풀어내가는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주장 후 부연상술).
단락 구성도 간결해야 한다. 개개 단락마다 중심내용이 분명해야 한다. 전체 글을 구성함에 있어서는 '문제의식-핵심주장'이라는 기본 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장 글은 설득을 목적으로 쓰는 글이다. 상대방을 혼란에 빠트릴 목적으로 쓰는 글이 아니라면 쟁점을 분명하게 해서 간결하게 쓰자. 쟁점이라고도 불리는 문제의식이 선명해야 담론의 주제의식이 분명해진다. 그래야 주장 글의 특성상 상대방에 대한 논거와 결론 간의 긴밀한 구성이 가능해진다. 만약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내민다면 주장을 함에 있어서 논지의 선명성이 흐려진다. 여러 가지 문제의식은 여러 가지 주장을 낳게 된다. 자칫 상대방은 주장자의 의견을 오해하거나 일부 누락된 의견 수용을 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지백연 학생 글의 형식구조를 살펴보자. '1단락: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도입화제)→2단락: 경제민주화란 복지사회용 경제이념이다(개념제시)→3단락: 두 대통령 후보 사이에 많은 견해차이가 있다(상황소개)→4단락: 구성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책수립이 필요하다(주장)→5단락: 경제민주화의 도입을 위한 태도변화가 필요하다(주장)'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글은 문제의식과 핵심주장이 모호하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개요짜기를 충실하게 하지 않고, 글이 흐르는 대로 쓰다 보면 흔히 하게 되는 실수이다. 이 글의 전체구성에 대한 접근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 대하여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수립(4단락)과 태도변화가 필요하다(5단락)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혹은 네 단락에 걸친 상황 서술을 하고 나서 경제민주화 도입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5단락)에 대하여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비판적 안목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어떠한 의도로 글을 썼는지 모호해진다.
논리구성에도 아쉬움이 있다. 병렬적 문장의 경우 형식적 일관성 이외에 내용적 등가성이 필요하다. 병렬주장은 의식의 층위가 같아야 한다. 대상 글의 논리적 가치가 동일한 평가를 받는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백연 학생은 5단락에서 경제민주화 정책 도입을 위한 우리의 태도변화로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념시각이 아닌 이성적 관점의 문제접근',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국민의 삶 측면의 정책제안' 그리고 '정부정책 비판 안목 보유'이다. 외견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글에 있는 세 개의 주장 즉, '이성적 관점의 문제접근', '국민의 삶 측면의 정책제안' 그리고 '정부정책 비판 안목'은 동일한 주장층위가 아니다. 어떻게 볼 것인가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냐는 동일한 내용구성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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