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변에서 흑1로 막은 건 오직 이 한 수 뿐이다. 1은 2로 연결해서 백이 너무 편하다. 이후에 어떻게 진행해도 흑에게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일단 1이 놓인 다음에는 흑백 모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2부터 5까지 피차 외길수순이고 6 때 7로 반발해서 우변에서 갑자기 엄청난 패싸움이 벌어졌다. 워낙 큰 패여서 흑백 모두 이 패를 지면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형세가 불리했던 이세돌로서는 드디어 역전의 찬스를 잡은 반면 박영훈으로서는 뜻밖에 위기상황을 맞았다.
문제는 패감인데 흑은 좌변 쪽에 큰 패감이 두어 개 준비돼 있지만 백은 우상귀가 패감공장이어서 흑이 패를 이기기 어려워 보인다. 박영훈이 좌변 패감을 이용해 두어 차례 패를 버텼지만 이세돌이 18로 우상귀 흑돌을 잡자는 패감을 썼을 때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19로 백 석 점을 따내 일단 패를 해소했다. (8, 14 … △, 11, 17 … 3)
그러자 이세돌이 얼른 20으로 끊은 건 당연하다. 우상귀가 이대로 몽땅 백집으로 굳어진다면 흑도 이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앞서 지적했던 좌하귀 패맛이 마지막 승부의 변수가 될 것이다. 박영훈이 좀처럼 다음 착수를 하지 못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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