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기술을 선점하라.'
미래 생명공학의 핵심인 줄기세포 연구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국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편성하고 대학과 연구소들도 임상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적 문제를 피하면서도 다양한 세포로 분화 가능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활용해 질병정복이라는 꿈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전 세계 줄기세포 시장은 지난해 324억 달러(35조6,000억원)를 넘어선데다가 연평균 성장률이 24.2%에 이를 만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1월 미국은 그 동안 윤리적 논란으로 규제해온 배아줄기(ES)세포 연구에 연방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고 판결한 이후 각 대학과 연구소들이 경쟁적으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ES세포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ACT의 연구 총괄자 로버트 란자 박사는 "이번 판결이 그 동안 정체됐던 임상시험을 본격화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앞서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은 2009년 집권하자마자 '줄기세포 개발 활성화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지난해에만 13억 달러(1조4,300억원)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연구에 쏟아 부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탄력이 붙으면 각종 난치병 치료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박인현 예일대 의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250여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몇 년 안에 난치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관망만하던 화이자, 노바티스, 사노피 아벤티스, GSK 등 글로벌 제약사도 지난해 줄기세포 연구에 10억 달러 넘게 투자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의 비용과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발 빠른 대응도 가히 위협적이다. 일본은 iPS세포에 '올인'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iPS세포로 노벨 생리의학상 받은 것을 계기로, 향후 10년 간 iPS세포 연구에만 300억 엔(3,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국회도 여야 한 목소리로 iPS세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재생의료 추진법'(일명 '야마나카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이화학연구소(RIKEN) 다카하시 마사요(高橋政代) 연구팀이 신청한 iPS세포를 이용해 망막치료를 위한 노인성 황반변성 임상시험을 승인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다카하시 박사는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본보와 인터뷰에서 "9월 세계 최초로 iPS세포를 이용한 노인성 황반변성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며 "늦어도 3~4년 안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미국)ㆍ도쿄(일본)=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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