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히 냅시다."
20일 오후 2시 서울대 어린이병원 강의실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 300여명으로 가득 찼다. 대한남자간호사회 창립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처음 대규모로 모였다는 이들은 전ㆍ현직 남자간호사들과 간호대의 예비 남자간호사들이다.
이날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김장언(55) 서울대병원 소아수술실 수간호사도 이날은 파란 수술복을 벗고 양복을 입었다. 1984년 서울대병원에 1호 남자 간호사로 일을 시작한 그는 "학교나 병원에서 늘 혼자였기에 속으로 앓고 있던 6,000여 남자간호사들의 고충은 크다"며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이면서도 '남자가 무슨 간호사'냐는 주변 시선에 늘 위축돼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조상문(75) 대한남자간호사회 창립준비위 명예위원장이 1962년 남자 최초로 간호사 면허증을 받은 지 만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대한남자간호사회는 금남의 벽을 허물고 있는 남자간호사들이 점점 늘면서 성적 소수자에서 이제는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탄생했다. 남자 간호사는 지난 5년간 역대 남자간호사의 66%인 4,000여명이 배출되는 등 급증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황정현(28)씨는 "중환자실 간호사 45명 중 남자는 나 혼자"라며 "남자 간호사를 불편해하는 여성 환자들을 대할 때면 아직 남자간호사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간호학과에 입학한 인동진(20)씨는 "실무 위주인 간호학 특성상 군 입대로 학업이 중단되면 제대 후 여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졸업 후 군대에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장언 회장은 "현재 전국 간호대의 남학생 수가 8,500여명에 이르는 등 남자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협회는 출산이나 양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될 염려가 없고 체력적으로 뛰어난 남자간호사의 권익 향상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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